시상자인 브래드 피트가 직접 호명하자 윤여정은 이집트계 디자이너 마마르할림의 짙은 네이비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미나리’로 각종 영화제에서 42번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윤여정은 이날 농익은 영어 소감으로 무대를 내려올 때까지 좌중을 압도했다.
시상식은 200여 후보를 포함한 참석자들에 대해 백신 접종 및 세 차례 코로나 검사 등 철저한 방역을 거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진행을 맡은 흑인 배우 레지나 킹은 “카메라가 돌 땐 마스크 없이, 꺼지면 마스크 착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윤여정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한예리는 루이비통의 붉은색 하이넥 롱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정이삭 감독과 주연 스티븐 연은 둘 다 나비넥타이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각자 부부 동반 입장했다.
입담 빛난 수상 소감과 기자회견
연기 말할 땐 “대본이 성경 같았다”
배우 한예리와 함께 레드카펫 올라
김기영 회고하며 “그에게 바친다”
1966년 한양대 국문과 재학 당시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시작했다”며 “내 약점을 잘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한테 피해를 안 주자 그게 시작이었고, 절실해야 한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연기를 좋아하고 잘하기도 해야겠지만 정말 먹고살려고 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대본이 성경 같았다”고 했다.
그는 아카데미 관계자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경쟁 배우들에게도 찬사를 보냈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느냐”며 “다섯 배우 모두 각기 다른 작품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해냈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내가 운이 좀 더 좋았거나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특별히 환대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필규 특파원,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