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브루마스터로서 하는 일이요? 매일 오전 11시 관능검사부터 시작하죠.”
맥주 제조의 전 공정을 관리하는 양조 기술자인 김종호(54) 오비맥주 수석 브루마스터(Brew Master)에게 일과를 묻자, 이름부터 야릇한 관능검사 얘길 꺼낸다.
김 수석 브루마스터는 웃으면서 “그 관능이 아니고, 오감(五感)을 동원해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관능(官能)이란 단어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어 생긴 오해다.
[잡썰⑥]오비맥주 김종호 수석 브루마스터
365일 맥주 맛 균일하게 유지하는 게 내 일
직업이 양조 기술자이니 갖가지 맥주를 만드는 게 주요 업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는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제1 임무는 오비맥주의 각양각색 맥주가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기후 변화 때문에 맥주 원재료인 보리 상태가 매년 다르다.
그는 “어떤 해는 호주가 좋고, 이듬해는 캐나다가 최상일 때도 있다. 전 세계의 보리·맥아 샘플을 놓고 각 브랜드 맥주에 적합한 규격의 품종을 찾아 최적으로 블렌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관리하는 맥주만 카스·오비·한맥·카프리 등부터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안호이저-부시(AB) 인베브가 국내서 생산하는 호가든과 스텔라 아르투와 등 10여 종이다. AB인베브는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했다.
브루마스터로서 맥주의 미세한 맛의 변화를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미각과 후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는 “향이 강한 위스키와 소주·와인은 입에 대지 않는다”면서 “그러다 보니 맥주만 마신다”고 웃었다. 오비맥주는 국내에 청주·이천과 광주광역시 세 곳에 생산 공장이 있다. 그는 1~2주 간격으로 각 공장에 머물며 제조 전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브루마스터가 된 게 2006년이니 올해로 15년이 지났다.
27년간 카스 맛·품질 담당
“94년 탄생한 후 지난달 ‘올 뉴 카스’ 리뉴얼까지 27년이 흘렀어요. 외동딸이 올해 25살인데 카스는 또 다른 제 자식 같아요.”
김 수석 브루마스터가 카스 출시부터 시작해 27년간 맛과 품질을 담당했으니, ‘자식 같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는 당초 2019년 말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 이노베이션센터 AD(Associate Director)로 발령 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생산되는 AB인베브의 모든 맥주 제품의 맛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김 수석 브루마스터를 한국에 주저앉혔다. 아태 이노베이션센터가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우한에 있는 바람에 가지 못하면서다.
그는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지난해 ‘올 뉴 카스’ 리뉴얼에 자연스럽게 관여하게 됐다. 질긴 인연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올 뉴 카스 맛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상쾌하고 톡 쏘는 카스 고유의 특성은 유지하면서 몇 가지 요소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최상급 정제 홉으로 바꾸고, 섭씨 0℃, 72시간 저온 숙성을 통해 깔끔하고 신선한 맛을 더했다. 이런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갈색 병도 투명 병으로 바꿨다.
맥주 가장 맛있게 마시려면…
그가 지난 30년간 오비맥주에 있으며 맛본 맥주만 수백 가지다. 오비맥주 빼고 해외 어디 맥주가 가장 맛있느냐고 물었다. “전 세계 라거 맥주 중 카스가 가장 맛있는 맥주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제품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인터뷰 마지막까지 카스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풍겼다.
이천=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