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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아기똥만 쳐다본 사람…"그리고 카레 먹는 우린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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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면 매일 아기 똥 보는게 제 일입니다.” 

매일유업의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 정지아(53) 소장(상무). 그는 사무실에 출근 하면 아기 똥을 보는 게 오전 일과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시작한 일이다. 서울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 교수로 근무하다 2009년 매일유업에 합류한 후부터니 벌써 11년째다.

잡썰(Job說)]②매일유업 ‘아기똥 전문가’ 정지아 상무

매일유업 산하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 정지아 소장(상무). [사진 매일유업]

매일유업 산하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 정지아 소장(상무). [사진 매일유업]

11년간 '아기똥'만 23만여 건 상담 

정 소장은 “매일유업 입사해 엄마들한테 아기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가장 먼저 엄마들이 궁금해하는 아기의 변에 대해 상담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소아과 근무 때도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아기 똥’이었고, 똥 싼 기저귀를 보며 신생아의 건강 상태를 살펴온 터였다. 2010년 10월 매일유업 애플리케이션(앱) ‘앱솔루트 아기똥 솔루션’을 내놨다.

정 소장이 고안한 앱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부모가 간단한 질문과 사진을 올리면 정 소장이 살펴본 뒤 아기의 건강상태 등을 답변해주는 식이었는데 매일 수 십건의 의뢰가 올라왔다.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 해를 거듭할수록 의뢰가 늘어 많을 땐 하루 400건씩 올라오기도 했다. 정 소장은 “양질의 상담과 답변을 하기 위해 3년 전부터는 하루 100여 건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과 담당 직원 2명은 지금도 24시간 안에 1:1 맞춤 상담결과를 알려준다. 특히 초보 엄마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지난 11년간 아기똥 누적 상담건수는 19일 기준 23만2267건에 이른다.

설사·알갱이·녹변 '정상'…혈변·회백색은 '위험'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뭘까. 정 소장은 “신생아는 6개월까지 묽은변, 알갱이변, 녹변, 점액변이 대부분"이라며 "엄마들도 이 네 가지 유형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생아는 장이 짧아 묽은 변이 많다. 엄마들이 ‘설사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안심하셔도 된다”고 설명했다. 몽글몽글한 알갱이가 보이는 변 역시 영양소가 흡수되고 남은 지방성분이 뭉쳐 나온 것이고 녹변도 흔한 유형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다만 점액이 많은 변의 경우 아기 상태가 좋지 않은 징조로 계속된다면 장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대부분 아기똥이 정상 범주에 속하지만 정 소장도 긴장하는 순간이 있다. 혈변이나 회백색변이 보일 때다. 그는 “혈변은 장 어딘가에서 출혈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신호다. 선홍색이나 검붉은색을 띌 때도 있다”며 “아기가 혈변을 보이고 주기적으로 자지러지게 운다면 병원에 빨리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백색변은 담즙 생성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유를 모유와 더 가깝게 만드는 게 내 보람" 

정 소장은 2012년부터 모유 분석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2만여 건을 진행했다. 매일유업은 ‘모유를 연구하면 아기 건강은 연구된다’는 목표로 2011년 매일모유연구소를 설립했고, 정 소장이 초대 소장을 맡아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소아소화기영양학을 전공한 소아과 전문의를 분유 연구에 합류시킨 건 매일유업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매일유업은 2016년 모유와 아기똥 분석을 토대로 제품을 리뉴얼했다. 정 소장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모유의 궁긍적인 함량은 대부분의 엄마가 비슷하다”며 “엄마의 영양상태가 썩 좋지 않아도 아기에겐 분유보다 모유가 가장 좋은 영양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완전모유수유율(생후 6개월까지 모유만 수유한 비율)은 약 25~30%수준에 그치고 있다(2014년 질병관리청 통계).

정 소장은 “분유가 모유에 가까워지도록 아기똥도 보고 모유도 분석하는 게 내 일”이라며 “수 년간 연구결과 리뉴얼 때 DHA(도코헥사엔산·불포화지방산의 하나로 생활습관병의 예방에 효과적)와 3대 영양소(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함량과 비율을 최대한 모유에 가깝게 제품에 반영했다. 10년 넘게 일하며 가장 보람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기똥이 이상하면 내 모유에 문제가 생겼나, 분유를 먹여 그런가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가 많은데 상담을 통해 그런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매일유업의 선천성 대사이상 분유 12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의 정지아 소장. [사진 매일유업]

매일유업의 선천성 대사이상 분유 12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의 정지아 소장. [사진 매일유업]

정 소장은 매일유업이 아픈 아기를 위해 선천적 대사이상 분유 등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것도 자랑으로 여겼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 등을 위해 자체기술로 개발한 특수분유 8종 12개 제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아기똥 인터뷰를 1시간 남짓 하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정 소장은 “직원들이 아기 설사변을 한참 보다가 아무렇지 않게 카레 먹으러 가자고 할 때, 이제 프로 전문가가 다 됐구나하는 생각에 자랑스러웠다. 이것도 보람된 기억”이라며 크게 웃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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