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교장관, 북핵실험·한미훈련 ‘쌍중단’ 요구

중앙일보

입력 2021.03.26 00:02

수정 2021.03.2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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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로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5일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뜻을 모았다. 다만 정 장관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통한 북한 비핵화를 강조했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 요구를 다시 꺼내 들었다. 북한 비핵화 전제조건과 방법론에서 입장 차가 드러났다. 러 외교장관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13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수행차 방한한 이후 8년 만이다.
 
정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낸 언론 발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며 남북관계 증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북측이 2018년 9월 남북 정상 간 합의한 대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 없는 평화터전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계속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라브로프 장관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이라는 표현으로 북한 비핵화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뒤 “관련국들이 군비 경쟁과 모든 종류의 군사활동 활성화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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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중단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과 러시아의 공통된 입장인 동시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기조인 북한 선(先)비핵화와 대치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직전 발생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의용 장관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서울서 정의용과 한·러 외교 회담
쿼드 겨냥 “아시아 위주 협의체를”
어제 쏜 탄도미사일은 언급 안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언론 발표에서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일 중요한 파트너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아시아 위주로 안보 체제 내에 구성되는 다자협의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에 참여하지 말고 다자협의체를 바탕으로 한·러 우호협력을 증진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