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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순항미사일 괜찮다” 다음날, 북한 탄도미사일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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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첫 탄도미사일 발사에 외신들은 신속히 보도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미 정부 반응은 일단 차분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을 통해 첫 반응을 내놨다. 마이크 카프카 대변인은 “오늘 아침 동해상으로 발사된 북한 미사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계속 상황을 주시할 것이며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상황 주시, 동맹과 협의” #미 전문가 “북, 미국 한계점 떠보기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무력 과시” #NYT “북, 레버리지 확보 위한 호소”

그러면서 “이 같은 행동은 북한의 불법적 무기 프로그램이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위협을 강조한다”며 “한국과 일본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여전히 철통같다”고 덧붙였다.

북 탄도미사일 2발 한·미·일 시간대별 입장

북 탄도미사일 2발 한·미·일 시간대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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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워싱턴 조야에선 북한이 예견된 무력시위에 돌입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듯한 바이든 대통령 발언 직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주목했다. 익명을 원한 한 소식통은 “북한이 (대통령 발언) 바로 다음 날 탄도미사일을 쏠 줄 알았다면 ‘탄도미사일이 아니어서 괜찮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이 미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국방부에 따르면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그들(북한)이 한 일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오후 2시30분쯤(한국시간 25일 새벽 3시30분) 브리핑에서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우리는 평양이 한반도를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시간여 뒤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보란 듯이 발사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순항미사일 다음에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상대 반응을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전형적인 북한의 살라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켄 고스 미 CNA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단거리로 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설정한 한계점(threshold)이 바이든 정부에서도 유효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설계”라고 분석했다.

북한 문제를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리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밀리지 않게 하려는 의도”, 고스 선임연구원은 “대북정책의 내용을 압박보다는 관여(대화와 협상)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긴장 고조를 통한 레버리지 확보 차원에서 다시 무력시위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이런 노림수에도 불구하고 실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무력 과시”라고 평가했다.

고스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바이든 정부가 압박감을 느끼도록 상황을 만들었는데, 미국이 과잉반응하면 상황만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옵션이 많지 않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북한이 던진 미끼를 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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