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쏜 미사일 정체, 일본 발표 보고 안 국민

중앙일보

입력 2021.03.26 00:08

업데이트 2021.03.2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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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25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나흘 만인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도발 수위를 높였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오전 7시6분부터 함경남도 함주에서 탄도미사일 두 발을 19분 간격으로 연이어 동해상으로 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3월 29일 이후 1년 만이다. 탄도미사일은 지상에서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발사됐다. 발사 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450㎞를 날아갔고, 최고 비행 고도는 약 60㎞로 파악됐다.

순항미사일 발사 나흘만에 또 도발
일본 3분 뒤 “탄도미사일 가능성”
합참, 4시간 지나서야 “탄도” 언급
일부선 “청와대 의식해 늦장 발표”
“북, 바이든 첫 기자회견도 겨냥”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번에도 외신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처음 공지한 건 이날 오전 7시25분이다.

북한, 25일 탄도미사일 2발 발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25일 탄도미사일 2발 발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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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일본 해상보안청은 북한이 첫 발을 쏜 3분 뒤 미사일 발사 정보를 공식 발표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두 발 모두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지진 않았다. 합참은 또 오전 7시25분 첫 공지에서 “미상 발사체”로 밝혔지만, 일본 당국은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발표에 담았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30여 분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 결과를 담은 발표문에도 ‘탄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 사안”이라며 “정부가 그런 점을 고려해 ‘탄도’라는 용어를 일단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오전 10시30분 정례 브리핑에서도 탄도미사일 가능성에 대해 “분석 중인 만큼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만 답했다. 결국 ‘탄도미사일’을 거론한 건 북한이 미사일을 쏜 뒤 4시간여가 지나서였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진행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한·미 정보당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알렸다.

북 미사일 신형 가능성, 탄도미사일은 유엔 제재 대상

발표 지연 논란에 대해선 “실시간으로 미사일 발사를 포착하고 상황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놓고 군 당국 발표가 아닌 외신 보도로 알려지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뒤늦게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로 공개됐다.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1월 22일 북한이 쏜 순항미사일에 대해선 한·미는 공식 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3월 24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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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5월에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에 대해 “불상 발사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미 국방부가 “탄도미사일”로 밝혔는데도 정부는 이 용어를 고집했다. 당시 “분석 중”이라던 군 당국은 석 달 뒤 국회에선 “탄도미사일이 맞다”고 답변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군 당국이 공개한 북한 미사일의 발사 고도와 거리만 놓고 봐도 탄도미사일이 명백하다”며 “이미 국민은 외신 등을 통해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데 군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면 안보 불안감만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지침을 의식해 외신보다 늦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은 신형일 가능성이 있다. 한 소식통은 “발사 궤적 등을 볼 때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KN-23 개량형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탄도미사일 발사 참관 여부도 주목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타는 항공기가 발사 전날 원산 인근으로 향했다”며 “김 위원장이 탔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직접 참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배경과 관련, 25일(현지시간)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 일정이 영향을 줬다고 보고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회 정보위원은 “정보당국은 바이든 회견이 주요 이유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북한 사업가 문철명씨의 미국 송환에 대한 항의가 원인일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철재·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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