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당초 변 장관 교체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변 장관을 교체할 경우 그가 주도한 2·4 공급 대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까지 증폭되자 결국 교체 결심을 굳혔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변 장관 ‘사실상 경질’ 배경
재·보선 앞두고 여권 위기감 고조
교체 소극적 문 대통령 마음 돌려
문, 사저 논란에 “좀스럽고 민망”
야 “만시지탄, 꼬리 자르기” 비판
그중 정세균 국무총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했다. 정 총리는 정부 합동조사단을 발족한 지 사흘 만인 지난 7일 “변 장관이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한 데 이어 지난 10일엔 “책임질 일이 있으면 누구든지 다 책임질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신중론이 강했던 당내 기류와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이어 지난 11일 합조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에는 “변 장관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때부터 정치권에서는 “사퇴는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대표 사퇴 전인 지난 8일 문 대통령에게 “변 장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당내 여론을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건의에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정책의 연속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 주변 인사들의 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지고 정부의 1차 조사 결과에 대한 여론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자 문 대통령도 결국 변 장관 교체를 결심하게 됐다.
여권 고위 인사는 “문 대통령이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변 장관의 존재가 오히려 공급 정책의 실현을 가로막는다고 판단되자 교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퇴임 후 사저 매입 논란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도 여론 악화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야권은 문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변 장관은 처음부터 임명되면 안 됐다. 이제야 해임 요구를 수용하니 만시지탄”이라며 “행여 정권에 불길이 번질까봐 변 장관 혼자 책임지라는 ‘꼬리 자르기’는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재·보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는 봐야겠고 새로 후임자를 구할 시간도 벌어야겠으니 한시적 유임을 결정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태화·심새롬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