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화백은 현대 민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1950년대 후반 고서화 보수작업을 시작했고, 1967년 민화계의 선각자 조자룡 선생(1926~2000)과 만나며 민화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70년대부터 각종 문화재급 고분벽화, 국립중앙박물관·호암미술관 소장 궁중회화, 민화의 수리·모사·복원 일을 해오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았다. 그가 모사해둔 화본만 수천점에 달하고 이번에 자료로 구축한 것은 이중 보존가치가 높은 142점을 추린 것이다.
아르코예술기록원 아카이브
산수화, 인물화, 책가도 망라
화본(畫本)이 중요한 민화
예술위는 화본의 시각문화사적 연구가치에 주목해 2018년부터 3년간 송규태 민화 화본 디지털 컬렉션 구축작업을 해왔다. 2018년 화본의 자료적 가치탐색을 위한 연구조사를 한 데 이어 2019년도 실물 화본의 보존처리(배접-복사-디지털화)작업을 했고, 2020년 화본 정보구축 작업을 해왔다.
이번 화본 자료 구축은 도안만 모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부 화본의 경우 도안에 원화의 색채, 필획의 두께, 먹의 농담 등 원화복원을 위한 각종 풍성한 정보를 담았다. 화본은 산수화·인물화·문자도·장생도·책가도 등 총 9가지로 분류했다. 예컨대 산수화엔 '금강산도' 화본 4점, '몽유도원도' 화본 1점, '일월부상도' 2점, '일월오봉도' 3점, '평양성도' 2점 등이 포함됐다. 각 도안엔 화본 제작 시기와 화본 크기, 제작 기법도 자세히 소개했다.
금강산도 화본 중 한 점은 현재 리움미술관에 소장된 겸재의 그림을 1990년경에 모사한 것으로, 송 화백은 "겸재의 필력 하나하나를 모사하는 데 매우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기록했다. 또 이번에 공개한 자료 중에는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물의 행방은 묘연한 '호렵도'를 비롯해 외국으로 유출돼 출처불명이 돼버린 궁중장식화나 민화가 상당수 포함됐다.
송 화백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화엔 우리 민족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해학이 녹아 있다"며 "평생 수집해온 화본을 기술의 도움으로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전했다.
앞서 예술위는 전통 채색화 분야 최고의 수리복원 전문가이자 민화계 원로작가로서 보낸 송 화백의 삶과 작업을 2015년 약 10시간 분량으로 구술채록 한 바 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