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유리 계단...팬데믹 시대 오토니엘 작가가 전하는 희망

중앙일보

입력 2021.01.04 10:57

장 미셸 오토니엘, Precious Stonewall,2020,Green and emerald green mirrored glass, wood ,33 x 32 x 22 cm. [사진: Othoniel Studio]

장 미셸 오토니엘, Precious Stonewall,2020,Green and emerald green mirrored glass, wood ,33 x 32 x 22 cm. [사진: Othoniel Studio]

장 미셸 오토니엘, Stairs to Paradisel, 2020, Clear blue, dark blue and grey mirrored glass, wood, 86 x 174 x 32cm. [사진 Othoniel Studio]

장 미셸 오토니엘, Stairs to Paradisel, 2020, Clear blue, dark blue and grey mirrored glass, wood, 86 x 174 x 32cm. [사진 Othoniel Studio]

코로나19가 불러온 재난의 시대, 유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56)도 지난해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지난 한 해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작업에 몰두했다. 그 시간은 작가에게 뜻밖의 풍요로움도 선사했다. 여느 해보다 많은 신작을 쏟아낸 것이다.

국제갤러리, 프랑스 작가 오토니엘 전시
'루브르의 장미' 회화 6점, 조각 4점
미국 작가 제니 홀저 전시 2, 3관서 열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오토니엘의 개인전 '뉴 웍스(NEW WOKRS)'은 올해 초 꼭 봐야 할 전시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말 그대로 '신작'이라는 제목 아래 유리 조각과 회화, 드로잉 등 총 3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지난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주년을 맞아 왜 그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또 그의 작품을 소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한 해 내내 세상은 뒤숭숭했지만, 오랫동안 유리를 소재로 실험을 계속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가 더 단단해졌음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벽돌, 반전의 미학  

장 미셸 오토니엘, Precious Stonewall 2020 Amber and emerald green mirrored glass, wood, 33 x 32 x 22 cm [사진 Othoniel Studio]

장 미셸 오토니엘, Precious Stonewall 2020 Amber and emerald green mirrored glass, wood, 33 x 32 x 22 cm [사진 Othoniel Studio]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영롱한 빛깔의 유리 벽돌 조각이다. 작가가 10년 전부터 작업해온 '프레셔스 스톤월(Precious Stonewall)' 연작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흔하게 건축 재료로 쓰여온 벽돌의 조형을 빌려오되 그는 유리라는 재료로 작품에 전혀 다른 공기를 불어넣었다. 견고함을 상징하는 벽돌에 세상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유리의 성질을 부여한 것. 우선 탄성을 자아낼 만큼 작품들이 아름답고, 벽돌에 담긴 안온하고 지속적인 삶에 대한 염원과 찰나의 순간을 의미하는 유리가 만나 불러일으키는 울림이 제법 크다.

오토니엘은 2010년 인도 피로자바드를 여행하며 만난 수공예가의 작업에 깊은 감동을 받아 인도 전통 유리공예 기법을 배우며 협업해왔다. 그가 인도에서 얻은 영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곳 사람들이 집을 짓기 전에 땅을 먼저 산 후 벽돌 더미를 싸놓는 것을 보고 벽돌에 담긴 의미를 곱씹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이다. 이번 전시에선 그는 두 가지 색상을 입힌 벽돌을 처음 선보였다.

이번 전시엔 유리로 만든 계단 '낙원으로 가는 계단(Stairs to Paradise)'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영상으로 전시를 소개한 오토니엘은 “8개월 전 파리가 락다운 됐을 때 틀어박혀 작업만 했다”며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희망의 메시지와 새로운 시대의 비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루브르 경비에서 소장품 작가로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 앞에 선 장 미셸 오토니엘. Claire Dorn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 앞에 선 장 미셸 오토니엘. Claire Dorn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장 미셸 오토니엘, Rose of the Louvre, 2020, Painting on canvas, black ink on white gold leaf, 164 x 124 x 5cm. [사진 Othoniel Studio]

장 미셸 오토니엘, Rose of the Louvre, 2020, Painting on canvas, black ink on white gold leaf, 164 x 124 x 5cm. [사진 Othoniel Studio]

오토니엘, Rose of the Louvre,2020 Mirrored glass, stainless steel 77 x 120 x 120cm.[사진: Othoniel Studio]

오토니엘, Rose of the Louvre,2020 Mirrored glass, stainless steel 77 x 120 x 120cm.[사진: Othoniel Studio]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이 꼭 확인해야 할 또 다른 작품은 다른 전시장에 걸린 '루브르의 장미' 대형 회화 6점이다. 이 연작은 지난해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주년을 맞은 루브르가 작가에게 특별히 의뢰했던 작업에서 나온 결과물. 17세기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가 이탈리아 태생의 왕비 마리 디 메디치와 국왕 앙리 4세의 결혼을 그린 그림에서 큰 감동을 받은 그는 금박을 칠한 캔버스에 검정 잉크로 꽃을 표현했다. 이 연작은 현대 미술가 작업으로는 드믈게 루브르 박물관에서 소개되고 영구 소장돼 눈길을 모았다.

오토니엘의 작품이 루브르에 영구 소장된 것은 작가 자신에겐 더욱 특별한 사건이었다. 그는 35년 전 파리 예술학교 재학 시절, 학비 마련을 위해 루브르에서 경비로 일했다. 학창시절 전시장에서 작품을 지키고 관람객을 지켜보고 청소를 하던 젊은이가 시간이 흘러 그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오토니엘은 1964년 프랑스 중부지방의 오래된 탄광도시 생테티엔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파리-세르지 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시골 동네였지만, 그 지역 초등학생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에 미술관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한다. "예닐곱 살 때 미술관에서 그림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어렸을 때, 이 미술관이 내 희망의 창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오토니엘은 2000년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 역에 무라노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지하철 입구를 제작해 크게 주목받았고, 2015년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작품 '아름다운 춤'을 영구 설치했다.

제니 홀저 전시도 31일까지 

 제니 홀저, 2020, Caplain gold, moon gold, and palladium leaf and oil on linen , 147.3x111.8x 3.8cm, 2020. Jonathan Verney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제니 홀저, 2020, Caplain gold, moon gold, and palladium leaf and oil on linen , 147.3x111.8x 3.8cm, 2020. Jonathan Verney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제니 홀저,Graphite and watercolor on paper 90.8 x 69.2cm, 2020, ilip Wolak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제니 홀저,Graphite and watercolor on paper 90.8 x 69.2cm, 2020, ilip Wolak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현재 국제갤러리에선 1관의 오토니엘 전시 외에도 2,3관에서 미국 아티스트 제니 홀저(JennyHolzer·70)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정부 기밀 문서였던 텍스트에 금박(백금)을 입혀 정보의 은폐와 공유 문제를 다룬 '검열 회화(Redaction Painting)'부터 다양한 경구를 담은 대리석 벤치 작품, 4점의 LED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두 전시 모두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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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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