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공연은 코로나19 시대에 드문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성악가까지 마스크와 함께 노래하는 일은 이례적이었다. 서울시향 측은 “무관중으로 중계된 공연이었지만 출연자간의 감염 역시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성악가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노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성악가들은 KF94 마스크를 착용했다. 노래를 하면서 마스크가 코 밑으로 내려가 중간중간 올려가면서 노래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이번 공연 중계를 담당한 최진 음향 감독은 “마스크를 쓰면 높은 음이 특히 잘 안들리게 되고 무엇보다 자음이 막히게 된다. 고음역의 영역을 신경써서 소리를 잡았고, 성악가와 합창단 모두 자음의 발음을 강조하며 노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합창’을 공연하기 위해 서울시향은 ‘특급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우선 무대 위의 연주자 숫자를 줄이기 위해 음악을 편곡했다. 베토벤이 '합창'에서 지정한 오케스트라 규모는 호른 4대, 트롬본 3대 등 관악기 19명. 현악기 규모는 60여명이다. 합창단은 120명 이상이 투입된다. 서울시향은 이번 공연을 위해 핀란드의 바이올리니스트 야코 쿠시스토에게 편곡을 의뢰했고, 호른 2대, 트럼펫 1명 등 관악기를 8명으로 줄여 총 35명으로 오케스트라를 편성했다. 합창단은 24명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절반 이하로, 합창단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입으로 악기를 부는 관악기 주자 9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마스크를 착용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엔 모든 출연자와 공연 스태프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서울시향 측은 “공연 사흘 전 연습실에서 단체로 의료진의 출장 검사를 시행했고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