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재혼한 전 남편이 딸 낳아 주던 양육비 깎겠대요

중앙일보

입력 2020.1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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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04) 

 

지난 달에 갑자기 양육비를 줄여야겠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재혼했다는 것은 눈치로 알았는데 그 사이에 딸이 생겼다고 합니다. [사진 pikist]

 

아이 아빠와 이혼하고 아들 아이 하나를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이혼 전에도 많이 힘들었지만 이혼 후에도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저 좋자고 이혼한 것은 아닌지,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 아이에게 미안했어요. 하지만 집안 공기가 더 이상 무겁지 않다는 것, 아이가 마음 편히 방문을 여닫을 수 있고, 제 눈치를 보지 않고 가슴 속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그런 만큼 열심히 살자고 저를 다독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 아빠도 양육비를 그런대로 잘 주었습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이제는 아이 아빠를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갑자기 양육비를 줄여야겠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재혼했다는 것은 눈치로 알았는데 그 사이에 딸이 생겼다고 합니다. 아들 아이만 있을 때와는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오히려 내년에는 고등학교에 가야 하니 겨울방학에는 학원도 하나 더 보내야 할 것 같아 양육비를 조금 더 올려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던 양육비를 줄이면 우리 아들은 어쩌나요. 아들에게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서울가정법원이 제정하여 공포한 양육비산정기준표는 자녀의 나이와 부모의 소득을 기초로 자녀의 양육비를 정하고 있습니다. 보통 가정에서도 중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에는 양육비가 조금 더 지출되기 때문에 양육비산정기준표에도 그렇게 반영되어 있을 것입니다.


서울가정법원이 제정하여 공포한 양육비산정기준표는 자녀의 나이와 부모의 소득을 기초로 자녀의 양육비를 정하고 있습니다. [사진 서울가정법원]

 
지난 달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양육비 미지급문제 해결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는데 그 때 발표한 자료에 재혼 가정의 다른 자녀 양육비를 고려한 영국의 예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양육비 채무자가 재혼 가정에서 다른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경우, 소득 계산에서 재혼 가정 자녀 양육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을 공제할 수 있는데 재혼 가정 자녀 1인을 양육 중인 경우에는 순소득에서 15%를 공제할 수 있는 등 구체적으로 금액을 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양육비의 감액은 일반적으로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가정법원이 양육비 감액을 구하는 심판청구를 심리할 때에는 양육비 감액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종전 양육비가 정해진 경위와 액수, 줄어드는 양육비 액수, 당초 결정된 양육비 부담 외에 혼인관계 해소에 수반하여 정해진 위자료, 재산분할 등 재산상 합의의 유무와 내용, 그러한 재산상 합의와 양육비 부담과의 관계, 쌍방 재산상태가 변경된 경우 그 변경이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정이 있는지 유무, 자녀의 수, 연령 및 교육 정도, 부모의 직업, 건강, 소득, 자금 능력, 신분관계의 변동, 물가의 동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양육비 감액이 불가피하고 그러한 조치가 궁극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1. 31. 자 2018스566 결정).  


위 결정의 취지에 따르면 비록 양육비 채무자가 재혼하여 다른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쉽게 양육비를 감액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사례자의 자녀는 곧 고등학생이 된다고 하니 양육비산정기준표상 조금 인상된 양육비를 청구할 수도 있으니 양육비의 감액이나 증액 없이 현재 양육비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아이 아빠와 잘 논의해 보시길 바랍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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