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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유류분 제도 개정되면 자식의 유류분 없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01)  

부모님이 둘째딸인 제가 아닌 언니와 막냇동생에게 부동산을 많이 증여하셨습니다. 지금은 제가 경제 사정이 나빠 도움을 받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언니나 동생에게만 해주시는 것 같아 서운합니다. [사진 pixabay]

부모님이 둘째딸인 제가 아닌 언니와 막냇동생에게 부동산을 많이 증여하셨습니다. 지금은 제가 경제 사정이 나빠 도움을 받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언니나 동생에게만 해주시는 것 같아 서운합니다. [사진 pixabay]

요즘 언론에서 유류분 제도가 개정되어야 한다, 또는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반하는 제도라 폐지되어야 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둘째 딸인데 제가 알기로는 부모님이 언니와 막냇동생에게 부동산을 많이 증여해 주셨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경제 사정이 나빠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태는 아니지만, 부모님이 저만 빼고 언니나 동생에게만 해주시는 것 같아 서운합니다. 친구들이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 일부지만 유류분으로 받아올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 해 유류분에 위안을 삼으며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제게 유류분이 인정되지 않는 내용으로 제도가 개정되면 어쩌나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규정에 대한 위헌제청 결정을 했습니다. 결정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112조가 정한 유류분 비율 규정 중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은 부부공동생활에 따른 재산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및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입법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의 유류분 비율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과거에는 양성평등의 견지에서 위와 같은 유류분 비율의 합리성을 일부 인정할 수 있는 면도 있었으나, 가(家)를 중심으로 한 전근대적 가족제도가 해체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남녀가 갖는 자녀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현재에 유류분을 통해 자녀들 사이의 양성평등이 보호되는 면은 미미하다. 도리어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과도한 유류분은 유증이나 증여를 받은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현재의 유류분 제도는 절대적인 가액이 제한되지 않고 법원이 그 가액이나 비율의 결정에 여러 사정을 참작해 관여할 여지조차 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나 부양에 필요한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의사를 획일적으로 제한해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서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아무런 기여가 없고 부양의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 흔히 불효나 불화 등으로 관계가 악화한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에게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에 해당하는 불로소득이 무조건 귀속되도록 그 의사에 반해 재산 소유자를 강제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소송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과거 수십 년에 걸친 재산형성의 과정이 모두 심리의 대상이 됩니다. 그 심리에 긴 시간이 소요되고 과정이 지난할 뿐 아니라, 그 와중에 가족 구성원 사이에 불화가 더욱 심화하고 극단에 이르러 가족 공동체가 사실상 와해됩니다. [사진 pxhere]

소송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과거 수십 년에 걸친 재산형성의 과정이 모두 심리의 대상이 됩니다. 그 심리에 긴 시간이 소요되고 과정이 지난할 뿐 아니라, 그 와중에 가족 구성원 사이에 불화가 더욱 심화하고 극단에 이르러 가족 공동체가 사실상 와해됩니다. [사진 pxhere]

민법 제1114조 단서는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사망 1년 전에 이루어진 증여에 의한 것이라도 무한정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심지어 수십 년 전에 이루어진 증여라도 상속개시 시인 피상속인 사망 시에 소급해 실질적으로 그 경제적 효과가 일부 부인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는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생전 처분과 이에 기초해 오랜 시간 형성된 경제적·법률적 관계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더욱이 실제 소송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과거 수십 년에 걸친 재산형성의 과정이 모두 심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심리에 긴 시간이 소요되고 과정이 지난할 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 가족 구성원 사이의 불화가 더욱 심화하고 결국 극단에 이르게 되어 가족 공동체가 사실상 와해된다.

결국 유류분에 관한 법률조항은 헌법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및 헌법상 비례원칙을 위반해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적정한 정도와 방법을 현저하게 벗어나 피상속인의 재산권과 재산 처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유류분 제도가 폐지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유류분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는 개정법률안은 지난 회기에서부터 계속 발의되고 있고 유류분 제도가 있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였을 때 우리나라의 유류분 소송이 지난한 것이 사실이므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유류분 제도를 수입한 일본 역시 최근까지도 제도를 정비했고, 개정론자가 거론하는 유류분의 사전포기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사례자가 생각하는 서운함과 근심에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위험한 생각이지만 사례자처럼 직계비속에게 유류분이 인정하지 않는 제도로 개정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유류분을 인정하면서도 가능한 분쟁을 확대하지 않는 방식, 피상속인 사후에 부양이 필요한 상속인을 고려한 제도, 상속재산의 형성, 유지에 기여하고 피상속인을 부양한 상속인에게 그 부분을 인정하는 형태로 유류분 제도가 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나라도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0년 전에 증여한 특별수익은 유류분 부족분을 구하는 산식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개정되고, 사례자의 부모는 10년보다 더 오래전에 다른 자녀들에게 증여해 개정된 제도에서는 사례자에게 인정되는 유류분이 지금보다 적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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