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7만전자’ 신고가…‘단타’는 울고 ‘장투’는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05 00:20

수정 2020.12.0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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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삼성전자 종가는 7만1500원으로 사상 첫 ‘7만전자’ 고지에 올랐다. 2018년 액면분할(50분의 1) 전의 가격으로 환산하면 357만5000원으로, 1975년 상장 이후 최고가다. 지난해 초 한때 3만6000원대로 떨어졌지만 2년 만에 거의 배로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3월 중순 4만2000원대에 머물렀지만 반등세가 뚜렷하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서 세계 경제의 큰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된 데다, 코로나19 백신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지면서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도 본격 오르는 분위기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내년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올해보다 81%가량 증가한 35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사상 첫 2700 이끌어
9개월 버텼다면 20%가량 수익
한국 수출 회복 상징, 외국인 밀물

“내년 반도체 영업익만 35조원대”
업황 전망 밝아 ‘10만전자’ 기대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

이른바 ‘동학개미’ 사이에선 “역시 삼성전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 주가는 일시적 침체기를 맞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반등하는 우상향 기조를 유지해왔다. 국내 증시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종목이 드문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시중은행 예·적금 못잖게 안전하면서도 그보다 높은 수익률이 나오는 투자처’란 인식을 줬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은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짧게 보유했다가 파는 ‘단타’보다 오래 보유하는 ‘장투’ 때 수익률이 높았다. 장기 가치투자 전략이 유효한 종목이란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예컨대 올 3월 4일 삼성전자 주가는 5만7400원이었다. 이때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가 3월 폭락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1개월 만인 4월 3일 팔았다고 가정하면 수익률(거래세·수수료 별도)은 -22.13%였다. 3개월 보유 땐 -5.13%, 6개월은 -3.24%였다. 이와 달리 9개월간 버텨 이달 4일 팔았다면 19.72%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실제로 성공한 개인 투자자들도 미국의 전설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말한 것처럼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술적으로 분석한다 해도 정확히 언제가 저점이고 고점일지 알기 어려워서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금 가치로 2000원일 때부터 약 20년간 계속 투자해 인생 역전에 성공한 사례로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전직 택시기사 최원호(63)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점을 개미가 한두 번 맞힐 수 있어도 계속 맞힐 순 없다”며 “1등 종목과 명품 주식을 골라 부동산처럼 장기 투자해야 수익이 껑충 뛰는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비결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내년 한국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85.2%인 196조2205억원을 해외에서 거두는 등 한국 전체 수출액의 5분의 1가량을 책임졌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Buy) 코리아’ 행진이 다시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부터 이달 2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1조942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427조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23%대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4일 삼성전자가 7만원선을 돌파하면서 코스피도 사상 처음으로 2700포인트를 넘어섰다.
 
다만 국내 다른 우량주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9개월에 걸쳐 19.72% 오를 동안 SK하이닉스(18.00%) 정도를 뺀 LG화학(53.66%)·카카오(53.92%)·셀트리온(54.08%)·현대차(42.49%)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의 주가 상승률은 삼성전자보다 높았다.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성장성 부각(LG화학),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열풍(카카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셀트리온) 같은 대형 호재 덕에 고공비행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00년 이전엔 연간 40~60%였던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률이 이후 꾸준히 낮아져 오랜기간 20~30% 수준이었다”며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 안정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수익률만 따지면 탁월하진 않지만 일각에선 ‘10만전자’ 등극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16~17배로 글로벌 주요 경쟁사인 애플(37배)이나 TSMC(30배)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데, 높을수록 종목이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 수준 등까지 고려하면 주가가 지금보다 20%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감안해서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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