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백신 불신론
하지만 백신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변수가 또 있다.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9월 미국 성인 남녀에게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맞을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5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인구의 70%가량이 면역력을 가지는 ‘집단면역’ 달성 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미 정부로서도 골칫거리다.
코로나 백신 반대로 집단면역 차질 우려
독감 백신은 예방 효과 50% 미만
우크라, 홍역 백신 맞고 아동 숨져
각국·제약사들 패권 장악에 악용
전문가 “접종 늘려야 코로나 종식”
실제로 국내에서도 코로나19의 일부 재감염 사례가 확인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성문우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임상 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확진 후 회복한 국내 20대 여성이 4월 초에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 ‘V형’에서 변이된 ‘G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아 기존 바이러스 유형에 대한 항체가 생겨도, 변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독감처럼 반복적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백신 반대 운동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두 얼굴의 백신』의 저자인 스튜어트 블룸에 따르면 천연두 백신 접종이 시작된 19세기에도 대중의 저항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다 20세기 초로 접어들면서 보건 서비스가 개선되고 많은 국가에서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는 법을 제정하면서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백일해 백신 접종의 부작용 탓에 1950년대 이후 다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백신 불신론을 떨쳐내고 접종률을 높여야 코로나19 사태의 진정한 종식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미 메릴랜드 의대의 웰버 첸 교수는 외신을 통해 “백신은 FDA 등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우수한 연구·개발 결과를 낸 경우에 한해 사용 허가가 난다”며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되면 안전성이나 효능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백신 접종 확대만이 세계적 집단면역 실현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다만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제약사와 각국 정부가 안전한 백신 개발과 생산·유통, 철저한 검증을 거친 승인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차제에 세계 보건·의약계의 자정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익명을 원한 서울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글로벌 컨트롤타워인 WHO가 늑장 대처로 코로나19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며 “백신 반대 운동에 대한 비판에 앞서 그들이 왜 반대하는지를 고민하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건지 자아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