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뚫고 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나왔다. 주인공은 타다·쏘카 운영사인 차량공유 업체 쏘카. 쏘카의 유니콘 등극이 코로나 시대의 공유경제 및 국내 모빌리티 산업에 의미하는 바에, 관심이 쏠린다.
무슨 일이야
· 쏘카의 대형 투자 유치는 8개월 만이다. 지난 2월에는 LB프라이빗에쿼티(PE)·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투자받은 누적 금액은 약 3300억원.
· 국내 12번째 유니콘의 탄생이다. 지난해 12월 제약업체 에이프로젠이 11호 유니콘으로 등재된 후 10개월 만이다.
이게 왜 중요해
·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생활에 변화가 생긴 후 처음 나온 유니콘 기업이다. 공유경제 분야에서 유니콘이 나온 것도 국내에선 처음이다.
① 코로나 시대의 공유경제
· 세계 최대 승차 공유 업체 우버는 지난 5월 인력의 25%를 감원했다. 2분기 차량공유 매출이 전년의 4분의1 토막이 났기 때문. 그러나 음식 배달 매출이 2배로 뛰었다.
·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는 지난달 1억5000만 달러(약 1720억원)를 추가 투자해, 얀덱스-우버의 차량공유 합작사인 MLU의 일부 사업부를 독립시키고 자사 지분을 늘렸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차량공유 이용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자율주행 등 사업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 쏘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장기대여와 차량구독 이용이 늘었다. 차를 월 단위(1~36개월)로 빌려쓰는 ‘쏘카플랜’은 3월 계약 건수가 전월보다 143% 늘었고, 코로나19 수도권 확산이 시작된 8월엔 계약률이 2배가 됐다.
· 쏘카가 조사한 소비자의 장기간 이용 목적 1위는 ‘출퇴근’(45.4%). 일상에 차량공유가 들어온단 의미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도 호재였다.
② ‘타다금지법’이 전화위복?
· 타다 베이직 종료로 쏘카와 택시업계의 갈등 요소가 사라졌다. 타다는 기존 택시 사업자와 연계해 가맹 택시 사업도 한다. 운영 중인 준고급 택시 ‘타다 프리미엄’에 이어,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 쏘카는 타다 베이직에 사용하던 카니발 차량 중 100대를 지난 6월 쏘카·타다 앱에서 특별 판매했다. 90분 만에 다 팔렸다. 자사 앱의 ‘중고차 판매 플랫폼’ 가능성을 확인한 쏘카는 중고차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③ 한국, ‘모빌리티의 무덤’ 오명 벗나
· 2019년에는 출퇴근 시간 외 카풀 금지법, 올해에는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금지법이 통과됐다. 지난해엔 카카오가 카풀 사업을 접었고, 올해엔 타다가 베이직을 접었다.
· 그 사이 국내 큰 손은 해외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 향했다. 현대차·SK·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이 동남아 모빌리티 업체 그랩에 투자한 금액이 1조원가량이다.
·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15일에는 SK텔레콤이 T맵 사업부를 분사해 T맵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우버와 합작해 차량호출 벤처도 차린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두 회사에 총 1억5000만 달러(약 1730억원)를 투자한다.
앞으로는 어떨까
·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바일 앱(카카오T) 하나로 택시·대리기사·자전거·주차·셔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타다 역시 연내 대리기사·가맹택시 서비스를 출시하며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지향한다.
· 카카오-쏘카-SKT 3개사의 경쟁 구도로 보이지만, SK는 쏘카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SK는 양사의 합작사인 쏘카말레이시아의 지분 29%를 지난달 쏘카로부터 150억원에 추가 인수하기도 했다.
· 유니콘 등재 자체가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 3호 유니콘이었던 옐로모바일은 2018년 이후 두 차례나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며 추락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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