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PN
」중국에서 VPN은 ‘판창(翻墻)’이라 불린다. ‘담장을 넘다’는 뜻이다. 만리 방화벽을 넘어 접속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려고 매번 VPN을 켜야 하는 건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최근 중국인들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 들렸다.
이름과 아이콘 모양에서 알 수 있듯 ‘유튜브’를 벤치마킹했다. 브라우저를 시작하면 바로 유튜브가 뜬다. 물론 별도 탭을 열어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른 사이트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이외에도 법률을 위반하는 콘텐트를 적극적으로 시청하거나 공유하고,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계정을 무조건 폐쇄하고 위법 행위와 인터넷 접속 기록을 관련 기관에 제출해 수사하도록 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테크크런치는 또 튜버로 유튜브에 접속하면 '천안문', '시진핑'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구에 대해선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도 놀랐나 보다. 앱이 등록된 지 하루가 갓 지난 10일 오후부터 튜버 브라우저는 화웨이 스토어에서 삭제됐다. 기존에 다운로드했더라도 브라우저가 작동되지 않는다.
튜버가 이대로 사라질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서방 사이트를 VPN 없이 접속하는 도발적(?) 기능의 브라우저가 중국 앱 마켓에 쉽게 등록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보는 게 맞다.
테크크런치는 “치후 360의 임원 2명은 검열을 포함한 중국 정부의 사이버 정책과 관련해 산업계, 학계와 이견을 조율하는 중국 사이버보안협회 회원”이라며 “중국 정부가 치후 360의 브라우저를 승인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튜버의 등장은 중국 정부의 새로운 검열 방식일 수 있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중국에서 VPN 사용은 불법이다. 2017년 제정된 ‘중국 인터넷 안전법’은 당국 허가 없이 VPN을 사용하는 걸 금지한다. 하지만 단속이 엄격하진 않다. VPN을 워낙 많이 쓰고 있어서다. 2018년 말 기준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8억 2900만 명 중 VPN 사용자는 약 1억 4000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면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 6명 중 한 명은 중국 당국이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려운 일이다.
둬웨이는 “몇 년 전부터 중국 정부도 VPN 사용의 필요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한다” 며 “유튜브 등 서방 SNS 검열 방식을 중국 현실에 맞게 고치는 걸 연구해 왔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