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가 목 조르면 새 판 짠다…中 '차세대 반도체' 도박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⑭ : 3세대 반도체 개발 '올인'하는 중국

열심히 베껴 따라간다. 안 되면 새 판을 짠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산업 발전 전략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뒤늦게 시장경제에 시동을 건 중국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선진국 기술을 벤치마킹해 컸다.

근데 여차하면 아예 새 판을 짰다. 베낀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발전 단계를 2~3단계 건너뛴다. 선진국에도 없는 새 시장을 만든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대표적인 게 ‘QR코드’’다. 신용카드, 인터넷 뱅킹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던 중국이다. 열심히 베껴 만든 스마트폰 기술을 바탕으로 QR코드 결제 시장을 만들었다. 중국에선 거지도 QR코드로 적선을 받을 만큼 대중화했다. 요즘엔 한국 등 기존 IT 강국에서도 QR코드 결제가 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5G도 비슷하다. 무선통신 기술 후발주자 화웨이는 3G, LTE를 넘어 5G 통신 기술에 투자해 세계 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할 만큼 위협적 존재가 됐다.

중국, 반도체에서도 이 수법을 쓸 모양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국의 ‘반도체 목줄 죄기’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곧 확정될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에 주목했다. 여기엔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의 중국 경제의 청사진이 담겨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5년간 수천억 달러를 투입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육성안의 핵심은 차세대 반도체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중국의 반도체 육성안에 3세대 반도체 연구·교육·자금조달 강화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육성안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3세대 반도체는 뭘까.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신소재 반도체다. 현재 반도체는 실리콘(Si) 소재 웨이퍼로 만든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5G 통신, 자동차의 전자기기화, 대용량 스마트폰 등장, 사물 인터넷 등이 발달하고 있다. 이럴수록 반도체 중요성은 커진다. 더 많은 양의 전력과 데이터를 반도체가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반도체 세대별 발전 과정.[중국 팡정증권 캡처]

반도체 세대별 발전 과정.[중국 팡정증권 캡처]

실리콘 반도체는 앞으론 이를 감당하지 못할 거란 전망이 많다. 발열과 전력 손실이 커서다. 그렇다고 발열을 막으려 냉각 장치를 사용하면 추가 공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더 든다. 경제성에 맞지 않는다. 열과 전류에 더 잘 견디는 새로운 소재의 반도체가 필요한 이유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주목받는 건 실리콘 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이다. SiC는 높은 열에 견딘다. 실리콘 반도체가 175℃에서 성능의 한계가 온다면, SiC 반도체는 400℃에서도 괜찮다. 전압도 실리콘보다 10배 높게 견딜 수 있다. 크기도 기존보다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GaN도 열과 전력에 견디는 한계가 SiC 수준과 비슷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SiC는 고전력 분야, GaN은 고주파 전력 분야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iC는 자동차, 고속철도, 우주·항공, 군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GaN은 5G 통신이나 LED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더구나 두 소재는 기존에 실리콘으로 반도체를 만들던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소재들을 제치고 차세대 반도체 재료로 조명받는 이유다.

중국이 이걸 개발하겠다고 나선 거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차세대 반도체는 아직 확실한 주도권을 가진 곳이 없다. 실리콘 웨이퍼보다 제작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서다. 물론 지금도 두 소재로 만든 반도체가 있다. 하지만 생산이 어려워 상용·보급은 더딘 상황이다.

만일 중국이 개발에 성공해 시장을 선도하면 미국의 ‘반도체 패권’에 맞서 싸울 무기를 얻을 수 있는 거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에 3세대 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가 없다”며 “그렇기에 만일 중국이 이 분야에서 연구에 가속을 붙인다면 경쟁이 가능하다. 이게 바로 중국의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댄 왕 가베칼 드래고노믹스 기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의 3세대 반도체 개발은) 반도체가 모든 산업의 핵심이고 더는 미국에 의존할 수 없음을 중국 지도부가 확실하게 인식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쉬울까.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당연히 미래의 반도체 먹거리에 전 세계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다. 기술 강국 미국·일본·독일이 특히 적극적이다. 국가 프로젝트로 삼고 관련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에 총력 지원 중이다. 기업으론 미국의 크리, 일본의 스미모토전기공업, 독일의 인피니온 등이 나서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더구나 중국은 반도체 업계 맏형인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존폐 위기다. 제재 파고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업체) SMIC로 번질 태세다.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기도 전에 산업기반이 통째로 무너질 것을 걱정해야 한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그럼에도 중국은 양탄일성(兩彈一星)의 기억을 강조한다. 강대국 도움 없이 핵폭탄과 수소폭탄, 인공위성 발사 기술을 독자 개발한 것 말이다. 반도체에서도 이게 가능하다고 믿고 승부를 걸 태세다.

중요한 건 우리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소재 패러다임 전환 시기를 맞은 반도체 시장이다. 대처를 잘 못 한다면 반도체 강국의 지위는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된다. 중국의 굴기, 미국·일본·독일의 권토중래(捲土重來) 야망에 맞서 한국은 어떤 전략이 있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oc.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