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기업들 간 디자인·성능 경쟁에 들썩였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폼팩터(form factor·하드웨어 형태) 경쟁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기업들의 스마트폰 언팩 행사에서 단골 소재는 탑재한 카메라의 성능 향상 정도였다”면서 “시장에서 ‘이번에도 혁신은 없었다’며 피로감을 나타낸 배경”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더는 제품을 차별화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기업들이 폼팩터 차별화를 무기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갤럭시Z폴드2’ 시장 변화 이끌어
내구성은 기본, 편의성 강화 초점
작년 70만대 폴더블, 올해 550만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 새 활력소
화웨이 ‘메이트X’ 스타일러스 펜
모토로라, 6.85인치 디스플레이
LG는 ‘듀얼 스크린’으로 승부수
폴더블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은 열광하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나는 내구성 등 품질, 다른 하나는 대중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단순히 대화면이 필요하면 일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같이 들고 다녀도 돼서다. 230만원대(갤럭시폴드)라는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비싸지만, 과거에 없던 편리함을 제공하는’ 폼팩터로 폴더블폰이 진화한 후 시장에 안착해 장기적으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지난해 나온 폴더블폰에서는 내구성 입증에 전념했다면, 올해 선보일 신제품에서는 내구성뿐만 아니라 전작 대비 편의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는 커버 디스플레이가 6.2인치로 갤럭시폴드(4.6인치)보다 커졌다. 펼쳤을 때 메인 디스플레이는 7.6인치다. 또 전작은 아예 닫거나 180도 수평으로 펼칠 수만 있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각도에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접어 폰을 세워둘 수 있는 ‘플렉스 모드’를 갖췄다.
예컨대 60도 정도의 각도로 접은 상태를 유지한 채 영상을 볼 수 있다. 기기를 손으로 계속 들고 있지 않아도, 별도 받침대를 쓰지 않아도 현재 자세에서 편한 시야로 화면을 볼 수 있다. 펼쳤을 때는 애플리케이션(앱) 3개를 동시 구동할 수 있는데 이때 동일한 앱을 2개의 창에서 동시에 열 수도 있다. 유튜브 등으로 영상 2개를 동시에 보려는 사용자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가격은 전작과 동일한 239만8000원이다.
#LG전자는 이르면 이달 말 마찬가지로 듀얼 스크린의 ‘LG 윙’을 출시한다. 6.8인치 메인 디스플레이에 뒤쪽에서 가로·세로 비율이 1대 1가량인 4인치 보조 화면이 회전하면서 나타난다. 특히 이 보조 화면으로 다양한 앱 활용이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외신을 통해 유출된 제품 영상에선 사용자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내비게이션 앱을 띄웠을 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도 방해받지 않고 지도를 100% 보는 모습이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들이 앞다퉈 새로운 폼팩터 선점을 노리면서 더 다양한 폼팩터가 개발될 여지가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혁신 한계에 고전하던 분위기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컨대 LG전자는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rollable) 스마트폰의 특허를 미국에서 출원하고, 상용화를 노리고 있다. 관건은 가격을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느냐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폴더블폰의 경우 내년이나 내후년 출시될 제품은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면서 1000~1500달러대(100만원대)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