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호주 대륙 북서쪽 아웃백(Outback·오지)에 카리지니(Karigini)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서울 면적의 열 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평원입니다. 우뚝 솟은 산이 없어 평원이라 썼지만, 산행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산행의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사진처럼 깎아지른 협곡을 100m 넘게 내려갔다 올라와야 합니다. 옛날 어느 선승이 “오르지 않고 내려올 생각부터 하느냐” 일갈했다지만, 고지(Gorge)라 불리는 카리지니 협곡에선 먼저 내려가야 올라올 수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요즘입니다.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고, 꽃이 피어도 좋아하지 못합니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상인은 가게 문을 닫습니다. 반가울수록 멀리하고, 좋을수록 떨어져야 합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오래전 ‘거꾸로 산행’의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