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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유럽이야? 아시아야? 기구한 운명의 도시

중앙일보

입력

터키 이스탄불 

몇 번 가봤지만 또 가고픈 도시, 오래 머물며 깊은 속내를 경험하고 싶은 도시. 이런 목록을 만든다면 터키 이스탄불을 꼭 넣고 싶습니다. 찬란한 문화유산, 바삭바삭한 지중해 햇살, 친절한 사람들, 맛난 음식 등 이유를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랍니다.

흔히 이스탄불을 ‘두 대륙에 걸친 도시’라 합니다. 갈라타 탑에 오르면 보스포루스 해협 좌우로 아시아와 유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숱한 문화와 문명이 부딪치고 뒤섞인 역사가 여행자의 눈에도 읽힙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아야 소피아’만 봐도 그렇습니다. 537년 비잔틴제국이 교회로 지었다가 서로마제국의 성당, 오스만제국의 이슬람 사원, 터키공화국의 박물관으로 용도가 바뀌었지요. 불과 보름 전인 7월 24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야 소피아를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었습니다. 참 기구한 운명입니다. “문화의 충돌과 복잡함”이야말로 이스탄불을 함축한다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스탄불이 현기증 나는 피곤한 도시는 아닙니다. 집으로 초대해 거한 브런치를 대접한 현지인, 길에서 만난 여행자에게 ‘아리랑’을 불러준 한국전쟁 참전군인 할아버지. 바로 정 넘치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찾고 싶어집니다. 언젠가 이스탄불을 다시 간다면, 사람 냄새 짙게 밴 골목골목을 느긋하게 걷고 싶습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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