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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지난 18년, 8400만t 사라진 알래스카 거대 빙하

중앙일보

입력

알래스카 마타누스카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끝나자마자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중충한 날에는 햇볕이 간절했는데 이제는 선선한 바람이 그립습니다.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먼 북쪽 나라에까지 생각이 미칩니다. 미국 알래스카 같은 곳 말입니다.

알래스카는 빙하 천국입니다. 이름 붙은 빙하만 616개, 무명의 빙하까지 합하면 약 10만 개가 산과 계곡, 바다를 뒤덮고 있습니다. 개중에서 사람이 직접 걸어볼 수 있는 빙하는 많지 않습니다.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는 최대 빙하가 ‘마타누스카(Matanuska)’입니다. 알래스카 최대 도시 앵커리지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 추가치 산맥의 계곡을 메운 빙하입니다. 폭은 6.4㎞, 길이는 43㎞. 산맥 사이에 난 하얀색 고속도로라 할 만합니다.

몇 해 전 여름, 이 거대한 빙하의 끄트머리를 찾아갔습니다. 가이드를 따라 3시간 동안 빙하 위를 걸었습니다. 미끄럼 방지용 크램폰을 발에 끼고,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를 피해 다니며 스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마냥 즐거웠던 건 아니었습니다. 기후 위기 여파로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2002년 이후 8400만t이나 되는 마타누스카 빙하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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