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현지시간) 민주당 대통령·부통령 후보가 작심하고 비난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앞에 두고서였다.
관례 깨고 상대 전당대회 중 비난
민주당 대통령·부통령 후보 협공
네거티브 공세 적극 대응 전략
해리스 부통령 후보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겨냥했다.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두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가 얼어붙었다. 그는 겁을 먹어서 그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좀 알아야 할 게 있는데 감염병은 가차 없는 것이며 트위터로는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흘째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공화당 전당대회는 단 한 가지 목적으로 기획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자아를 달래 주고 그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로써 상대 당 전당대회 기간엔 공격을 자제하던 워싱턴의 전통은 완전히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에 격전지를 돌며 유세를 하고 마지막 날엔 바이든의 후보 수락 연설 직전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며 도발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역시 이날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 중계를 시작하기 전에는 ABC·CBS·NBC 등 지상파 방송과 폭스뉴스에 바이든의 선거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광고에는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뽐내는 바이든 후보와 달리 계단을 힘들게 내려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트럼프와 달리 월스트리트에 쩔쩔매지 않는 이미지 등을 담았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셸 오바마가 얘기했던 “저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 전략에서 180도 방향을 튼 모습이다. 이는 지난 대선 때처럼 트럼프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1988년 대선 당시 지지율에서 앞서 있던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가 조시 H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결국 패배한 사례를 소개했다. 신문은 “1988년 부시의 전략이 올해 대선에서 교본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