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참모 싹 물갈이…윤석열 곁에는 아무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08 00:23

수정 2020.08.0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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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단행된 7일 추미애 장관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왼쪽 사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되고,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 차장에 임명됐다. 오른쪽은 지난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7일 검사장급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들이 모조리 물갈이됐다. 윤 총장이 검사장 승진 추천 의견을 낸 이들은 아무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인사로 대검 내 주요 보직 부장 중 이정수(사법연수원 26기) 기획조정부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장급 이상 부장은 모두 교체됐다. 이른바 ‘1·8대학살’ 인사에 이어 다시 한번 대검 참모진이 대거 바뀐 것이다.
 
우선 총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대검 내 2인자인 차장 자리에는 추 장관을 보좌하던 조남관(24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부임한다. 대검 형사부장에는 이종근(28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가, 공공수사부장에는 이정현(27기) 중앙지검 1차장, 반부패·강력부장에는 신성식(27기) 중앙지검 3차장이 임명됐다. 과학수사부장에는 이철희(27기)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이, 공판송무부장에는 고경순(28기) 서부지검 차장검사가 부임한다.

추미애발 인사태풍 시즌2
추천 의견 반영 안돼 사단 전멸
‘빅4’ 요직 모두 호남 출신 임명
서울 동부·남부 주요 지검에도
윤 총장 대립 인물들로 채워져

“이런 막가파식 인사는 처음”
검찰 내부서 비판 목소리도

이번 인사에서 요직을 차지한 인사 중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와의 접점이 뚜렷하다. 조남관 검찰국장은 2006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특별감찰반장을 맡았다. 지난 2017년에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기조부장에 유임된 이정수 당시 검사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력도 있다. 이종근 차장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과제를 수행할 장관 직속 기구인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으로 일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고,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에도 몸담았다.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은 검사끼리 몸싸움을 벌였던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 사건의 지휘부였다.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도 이 수사에 법률적 조언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이와 관련해 ‘KBS 오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고경순 공판송무부장은 추 장관과 같은 한양대 법대 동문이다.


윤 총장이 승진 의견을 낸 인사들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는 윤 총장에게 검사장 인사를 물었다. 지난 1월 인사 때 ‘총장 패싱’이라며 검찰청법 위반 논란이 빚어졌던 사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결과적으로 요식 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중 검찰 내 ‘빅4’ 요직이 호남 출신 검사들로만 채워져 뒷말이 무성하다. 빅4란 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및 공공수사부장 등 검찰 주요 핵심 요직을 말한다. 유임된 이성윤 지검장은 전북 고창, 신임 심재철 검찰국장은 전북 완주,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은 전남 순천,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은 전남 나주 출신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전보다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검장의 휘하에서 윤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를 지휘·관여한 이정현·신성식 검사가 대검 간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을 보좌했거나 윤 총장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중앙 무대에서 더욱 멀어졌다. 지난 1월 부임해 윤 총장을 보좌해온 구본선(23기) 대검 차장은 광주고검장으로, 배용원(27기) 공공수사부장은 전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울동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 또한 이번 인사의 핵심 관전 포인트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서울동부지검으로, 박순철 의정부지검장이 서울남부지검으로 각각 근무지를 옮겨 지검장이 됐다.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관정 신임 동부지검장은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대검 내 실무진과 대립한 인물이다. 대검 실무진들은 강요미수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의견을 냈지만, 김 지검장은 “혐의가 있다”고 맞섰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단계에서는 독자적으로 대검 측 의견 제출을 거부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된 라임·신라젠 사건 수사를 맡은 곳으로, 금융 범죄 중점 수사청이다. 전임 송삼현 지검장은 라임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지난달 사의를 표명해서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이 KBS 보도 관계자 및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고소한 사건도 서울남부지검이 맡고 있다. 박순철 신임 남부지검장은 의정부지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사문서위조 등 혐의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빅4뿐만 아니라 주요 사건들이 모여 있는 서울 동부·남부지검에도 윤 총장과 대립 또는 관련 수사를 진행한 인물로 채워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아울러 “정권 등 권력 겨냥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겠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서울 동부·남부지검 모두 정권 관련 의혹 등 중요한 사건들을 맡은 곳”이라며 “향후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인사 참사’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한 차장검사는 “이런 막가파식 인사, 줄세우기식 인사는 처음 본다”며 “정권 입맛에 맞게 일하는 사람만 승진하고 출세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반면 법무부는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우수 형사부장 등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온 검사들을 적극적으로 우대하고, 민생과 직결된 형사 분야의 공인 전문검사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된 문찬석(59·사법연수원 24기) 광주지검장은 이날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지휘권이 없는 자리로 좌천성 인사를 내자 항명성 사의로 맞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수민·나운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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