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몽펠리에서 6년째 '코레 디시(Cor´ee d‘ici ·'여기에 한국이 있다'는 뜻)'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남영호 예술감독(54) 얘기다. 2015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코레 디시 페스터벌은 매년 11월에 개막해 20여 일간 공연·전시, 문학, K팝, 음식, 영화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해왔다. 남 감독은 2015년 몽펠리에 시에 이 축제를 제안하고 매년 프로그램을 이끌어오고 있다. 올해 축제는 11월 13~24일 열릴 예정. 그는 "한국 아티스트들이 축제 참여 후 한국서 2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일부 팀은 그걸 각오하고 오고, 일부 참가자는 참석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11월에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 더 많은 이들이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레 디시 페스티벌 남영호 감독
무용수에서 한국 문화 민간 외교
올해 6회째 11월 13~24일 예정
남 감독의 몽펠리에 생활은 올해로 29년째.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그는 1990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5대학에서 공부했으며 1992년부터 몽펠리에 시립무용단에서 활동했다. 2007년부터는 직접 '코레 그라피('한국을 그리다'라는 뜻) 무용단'을 창단해 활동했다. 그런 그가 한불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2013년 당시 몽펠리에시 제1부시장을 찾아가 한국 문화 축제를 제안하며 축제가 시작됐다. 서울 정동에서 그를 만났다.
- 어떻게 한국 축제를 제안하게 됐나.
- "20여년간 그곳에서 무용가로 살아온 경험을 살려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몽펠리에는 인구 28만 명이 사는 곳으로 8세기에 이미 유럽 최초의 의과대학이 생긴 교육도시다. 다른 문화에 대해 굉장히 열려 있는 젊은 도시인 데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바로 이때다'라고 생각했다."
-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해왔나.
- "사물놀이 연주부터 영화, 전시, 공예, 차 마시기·연날리기·한식 체험 등을 했다. 프로그램도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있다. 처음엔 '우리 (전통적인) 것'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지만, 요즘엔 양국 예술인들의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지난해 한국 만화작가 백영욱과 현지 아티스트가 함께 몽펠리에 오페라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오페라극장 예술감독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올해도 공연하기로 했다."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는 '정체성과 테크놀로지'다. 한국 나물 요리 등 한국의 산채 음식 체험도 열고 세종군포관현악단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또 조남주 작가의 소설『82년생 김지영』 독후감 쓰기 대회도 연다. 남 감독은 "지난해엔 『칼과 혀』의 권정현 작가가 몽펠리에를 방문해 좋은 호응을 얻었다. 몽펠리에는 도서전으로도 유명한데, 조만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게 될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프로그램 선정 기준은.
- "이미 너무 유명한 사람을 소개하는 자리보다는 페스티벌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려 한다. 또 열린 마음으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 적극적인 아티스트이기를 바란다."
- 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낸 비결은.
- "어린이부터 나이 든 사람들까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오페라극장에서 하는 공연이 있다면, 복지관과 광장 등에서 여는 친근한 프로그램도 있다. 시민들이 골고루 좋아해야 시 정부가 움직인다. 또 극장 대관료를 내지 않고 공연을 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돈을 주고 비싼 극장을 빌리는 게 아니라 훌륭한 공연을 준비해 극장 측에서 우리 공연을 사도록 해야 한다. 이번 만화 공연도 그렇게 열리는 거다. "
남 감독은 코레 디시 축제와 한국어 보급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 유공자 상을 받았다. 그는 "1년 365일 중 2~3주 열리는 행사로 한국을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1년 내내 다양한 한국 관련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열리게 하는 게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