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47)
예년 같으면 이때쯤 이미 모든 계획이 끝나 있었을 것이다. 면세점 쇼핑 목록을 점검하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을 타이밍이다. 여름 휴가 이야기다. 한 해가 시작되면 성급하게 휴가 일정부터 짜곤 했다. 행선지를 정하고 항공권 예약, 숙소 예약을 하는 재미에 상반기를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5월이면, 6월이면, 7월이면 괜찮아질까? 기대도 해봤지만 당분간 해외여행에 대한 희망은 접어야 할 것 같다.
생각해보니 가족이 비행 공포에 빠져 있던 5~6년 전까지는 국내에서도 휴가를 잘 보냈다. 강화도에서부터 해남, 제주도까지, 고성에서 남해까지…. 자연과 향토 음식을 즐기면서 등산도 하고 낚시도 했다. 추억에 빠져들던 찰나 눈에 들어온 그림 하나. 전국 지도에 빼곡하게 맥주 양조장 로고가 들어차 있다. 얼마 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후원했던 ‘Craft Beer Korea-대한민국 수제맥주 가이드북’이라는 책과 함께 배송된 지도였다.
올해 여름 휴가엔 전국 맥주 양조장을 찾아 떠나야겠다. 지방의 맥주 양조장을 따라 이동하는 여정이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몰릴 것 같지도 않다. 대부분 양조장이 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한적한 자연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의 소박한 관광지, 맛집도 들러야겠다.
맥주 양주장, 전국 100여곳 성업 중
양조장을 정했으면 양조장별 맥주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맥주를 마실 것인지 정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많게는 서너 곳의 양조장에 방문할 텐데 계획 없이 마시다 보면 블랙아웃만이 남을 수 있다.
양조장별 맥주 정보는 비어라이킷에서 확인하면 된다. 지도에서 양조장을 선택하면 해당 양조장에 어떤 맥주가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스타일별로 구분해서 찾을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맥주가 이 양조장에 있는지 없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편리하다. 양조장뿐 아니라 펍별로 파는 맥주 정보도 나와 있다. 양조장의 대표 맥주는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는 어떤 게 있는지를 찾아봤다. 마실 맥주를 양조장별로 2~3종씩 골랐다.
맥주 한잔 60% 할인 서비스
전국적으로 532개 제휴점이 있다고 한다. 강원도만 해도 내가 가보려고 계획한 몽트 비어, 문베어 브루잉, 크래프트 루트 등 양조장이 웰컴드링크 할인을 하는 제휴사로 등록돼 있었다. 이를 통해 수제맥주 한잔을 2000원대에 마실 수 있다. 맥주 양조장 방문을 목적으로 전국을 돌면서 사용해볼 만한 딱 맞는 서비스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양조장별로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초록으로 둘러싸인 양조장에서 신선한 맥주를 저렴하게 마시는 상상…. 흐뭇하다.
100개가 넘는 양조장 정보를 보면서 '선택 장애'에 빠졌다면 직접 경험해볼 기회도 있다.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0'에는 전국의 수 십 개 양조장들이 부스를 차린다. KIBEX 2020에서는 수제맥주 양조장들의 맥주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양조장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양조장 주변 볼거리, 먹거리 정보 등 직접 가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알 수 있는 깨알 정보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양조장뿐 아니라 미국, 독일 등 해외 양조장, 맥주 제조 설비, 재료, 맥주 교육 등 맥주 관련 산업이 두루 전시되는 만큼 맥주 여행을 떠나기 전 소양을 쌓기에 좋은 기회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