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텔링]혈장치료제 연내 나올까···이번주 임상 물질 생산

중앙일보

입력 2020.07.14 05:00

수정 2020.07.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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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장 치료제 임상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어느 정도 확보한 데 따라 이번 주 중 임상에 필요한 약물을 생산하고 곧바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혈장 치료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미) 공여된 혈장은 임상시험을 위한 제제를 만드는 용도이고, 추가로 500명의 혈장 공여가 오늘부터 진행된다. 여기서 확보된 혈장은 본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기준 공여자로 등록된 인원은 384명으로 당국은 이 가운데 173명의 혈장 채취를 완료했다. 
 

혈액의 성분중 혈장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후의 수단’ 혈장 치료 뭔가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뺀 담황색의 액체다. 통상 감염병에 걸린 뒤 완치되면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자의 혈액을 받아 혈장에서 중화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게 혈장 치료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차 유행이 있었던 3월 이후 3~4개월이 지난 지금이 완치자들의 혈장 내 중화항체 수치가 가장 높은 만큼 혈장 확보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19 혈장치료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혈장 치료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인플루엔자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에 사용된 전례가 있다.  


보건당국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증·위중 환자가 항생제나 항바이러스 약물로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을 때 혈장 치료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서 혈장 치료 효과 확인

 

효과 확인된 혈장치료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혈장 치료는 중국에서 먼저 시도됐다. 이어 미국에서도 보건당국이 중증환자에 대한 혈장 치료를 승인했다.   
 
국내에선 석 달 전인 지난 4월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 2명에게 혈장 치료가 시행돼 첫 성과를 확인했다. 
 
당시 67세 여성과 71세 남성에게 완치자의 혈장 500mL를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각각 투여한 결과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 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며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지만,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혈장 치료 어떻게 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당초 혈액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혈액형이 맞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인하대병원에서는 혈액형이 다른 완치자의 혈장으로 환자 치료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혈액형 A형 완치자의 혈장으로 68세 B형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것이다. 병원 측은 입원 9일째 증상이 악화한 이 환자에게 혈장 치료를 시작해 부작용 없이 완치했다고 9일 밝혔다.  
 
의료진은 “혈액형이 다른 건 전혈(whole blood) 수혈에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회복기 혈장치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혈장 치료는 인체 내에서 과민 반응을 일으킬 부작용 우려가 있다. 치료제는 중화항체만 추출해 일정한 농도로 농축해 만들어 이런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혈장 치료제에 관심이 더 쏠리는 건 그간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렘데시비르’ 효과가 예상보다 떨어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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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혈장 치료제 관련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혈장 치료제 개발에 앞장선 GC녹십자에 대해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 1상을 면제해줬다. 임상 1상은 세포·동물실험 등을 거친 뒤 최초로 사람에게 투여하는 첫 시험이다. 통상 20~10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초기 안정성 등을 평가한다. 이후 2상에서 투여 대상 환자군에 약을 써 약효 등을 검증한다. 정부와 GC녹십자는 내달 안으로 임상 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단 임상을 위한 혈액은 모였지만, 치료제 본격 개발을 위해선 더 많은 양의 혈액이 필요하다. 완치자의 혈장이 많이 확보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임상을 위한 생산조차 힘들 수 있다. 
 
정 본부장은 “지속적으로 많은 혈장이 확보돼야 유효한 항체 등을 수집해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는 원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완치자들의 적극적인 혈장 공여를 당부했다. 
 
글=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