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억제 등 수요 억제책 폈지만
재건축 규제 등에 만성 공급부족
세금만큼 집값·임대료만 올려놔
“집값 더 뛸라” 사려는 사람 늘어
안철수 “김현미 무인도에 사나”
통합당은 김 장관 해임 추진 검토
◆공급 측면에서의 실패=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집값이 튀어올랐다. 정책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수요 억제 정책은 되레 공급을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 양도소득세 부담 강화가 그런 사례다. 임대사업자 등록과 가족 간 증여가 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도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공급 억제를 유도했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가격보다 싼 값에 집을 분양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초과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가격 통제 정책(가격상한제)이다.
게다가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이 공급되리라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3기 신도시 건설 대책은 수도권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어렵다”며 “공급 정책 실패가 집값을 잡지 못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수요는 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잠재된 대기 수요가 (집값 상승세 등) 상황이 바뀌면 곧바로 시장 내 수요로 전환해 가격을 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집값 올리는 조세 부담=정부는 주택 거래·보유세를 올리면 증세 타깃으로 삼은 사람만 ‘고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세금으로 계속 괴롭히면 언젠가 부담을 못 이기고 내놓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러나 조세 부담은 결국 시장 가격에 반영된다. 세금만큼 비용이 늘면 공급자가 공급을 줄이고, 그만큼 집값과 전·월세가 오른다. 조세를 부담하기 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상품을 거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나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다. 이는 경제원론 교과서의 ‘조세 부담의 귀착’ 부분에 나오는 기본 중의 기본 원리다.
무엇보다 경제학에서 시장 참여자를 움직이는 동력은 ‘기회비용’이다. 대출·세금 등의 규제로 실제 부담하는 회계적 비용이 늘어도 경제적 선택에 따라 잃어버리는 가치가 더 크다면 비용을 감수하는 선택을 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이 종부세 강화에도 강남 아파트를 절대 팔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어려워 다시 사기가 힘든 데다 강남권 수요 증가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 효과까지 고려하면 강남 아파트를 파는 데 따라 포기해야 할 가치가 너무 큰 것이다.
고성수 원장은 “서울 강남권은 교육, 교통, 직장·주거 근접 등 생활 인프라가 우수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관료들이 이곳의 주택을 매각했을 때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똘똘한 한 채’로 남겨 놓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