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네이버 고발한 네이버 변호사…"수수료 5.5%, 사실상 사무장"

중앙일보

입력 2020.07.02 06:00

수정 2020.07.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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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자문 시장을 둘러싼 IT플랫폼기업과 변호사 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변호사 2만8585명(7월 1일 오후 2시 기준)이 ‘네이버 지식인 엑스퍼트’를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3월부터 온라인 변호사 상담을 중개하고 ‘결제수수료’를 받고 있어서다. 네이버가 사실상 사무장 역할을 해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지적과, 비대면 트랜드에 맞춰 변호사 업계가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이 중개하는 서비스가 한둘이 아닌데, 네이버의 변호사 온라인 중개는 왜 이렇게 논란이 됐을까.
 

무슨 일이야?

· 네이버는 지난 3월 온라인 상담 플랫폼 ‘지식인 엑스퍼트’에 법률 상담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약 150명의 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현재까지 일평균 상담 건수는 1000여 건. 변호사 1인당 6건 이상이다.
·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서비스의 위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최근 한 회원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 김평호 여해법률사무소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서울동부지검에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김 변호사도 네이버 지식인 엑스퍼트에 등록했다. 김 변호사는 "수수료가 5.5%인데 이게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소비자들에게 국내 법률 시장은 ‘깜깜이’다. ‘지인 찬스’를 쓰지 않고는 누가 일 잘하는 변호사인지 알기 어렵다. 
· 변호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대형 로펌에 들어가거나 방송에서 얼굴을 알리지 않고는 홍보·마케팅 수단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로스쿨 도입으로 시장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수는 3만 명에 육박한다.
·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이 등장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온라인으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변호사가 마음에 들면 사건 수임까지 이어진다. 상담하고 사건이 끝나면 별점과 리뷰로 해당 변호사를 평가한다. 생전 처음 법원에 가야 하는 일반인 입장에서 리뷰는 대리인 선택에 도움이 된다. 사건 수임 기회가 아쉬운 신진 변호사에겐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불법이야?

네이버 지식인 엑스퍼트 이미지. [사진 네이버]

· 네이버는 소비자가 결제한 상담 금액 중 5.5%를 네이버페이 플랫폼 결제 수수료로 공제하고 변호사에게 지급한다.


· 변호사법 34조는 변호사를 소개·알선해주는 대가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네이버 서비스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네이버가 받는 결제 수수료가 법에서 금지한 변호사 소개 대가라고 본다. 
· 한성숙 대표를 고발한 김평호 변호사는 “다른 온라인 법률 서비스는 변호사에게 정액 광고비를 받을 뿐 중개·알선 수수료를 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전엔 무슨 일이

‘깜깜이 변호사 시장’ 문제를 해결하려다 반발에 부딪혔던 일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 로마켓은 2006년 등장한 서비스다. 변호사 승소율과 인맥지수를 유료서비스로 공개했다. 하지만 변호사단체가 정보게시금지 청구 소송을 내는 통에 어려움을 겪다 서비스를 접었다.  
· 대한변협은 2012년 로시컴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메일, 방문, 전화 상담을 중개해주는 대가로 상담료를 받은 게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취지였다. 검찰은 이듬해 무혐의 처분했다. 통신 회선을 제공하고 실비만 받았기 때문에 이득을 취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네이버의 입장은?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 네이버 관계자는 “엑스퍼트의 결제수수료는 결제 서비스 제공의 대가이고, 네이버 내 다른 서비스의 통상적인 결제 대행 수수료와 동일하게 책정됐다"며 "변호사법 34조에서 말하는 이익의 수수로 볼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변호사업계 입장은?

찬반이 엇갈린다. 서울변회는 대한변협에 유권해석을 의뢰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 장희진 서울변회 공보이사는 “결제수수료가 5.5%라 비정상적으로 높아 '네이버의 이익 공유'로 볼 수 있다는 의견과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걸 왜 막느냐는 의견이 엇갈린다”며 “새로운 서비스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어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에 찬성: 서울변회 회장을 지낸 나승철 변호사는 “변호사법 34조는 불법 사무장이 뻥을 쳐서 사건을 찍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인데 이를 네이버 같은 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인터넷이 없던 시절 만들어진 조항을 4차산업혁명시대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피해는 변호사와 의뢰인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익 제공이 문제라면 변호사 사무실 임대료 낸 것도 불법이냐”고 반문했다.  
· 네이버에 반대: 한성숙 대표를 고발한 김평호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법률 사무 중개에 대한 보수를 허용할지 여부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며 “다른 결제 수수료가 통상 2~3% 안팎인데 네이버는 5.5%나 받는데 이게 정당한 실비가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는?

법률 자문 시장을 둘러싼 IT플랫폼기업과 변호사 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궁극적으로 변호사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그동안 ‘상업성’ 파도를 막아온 법률 시장이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의 등장으로 무너지는 상황이다. 
· 익명을 요구한 중견 개인변호사 A씨는 “네이버 상담이 허용되면 점점 경쟁이 치열해져 본격적으로 변호사들이 장사꾼이 돼 여기저기 광고하고, 브로커와 손잡고 나중엔 막 이혼도 권유하고 그런 식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는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괜찮겠지만, 과연 여기가 끝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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