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총수간 만남에 이어 두번째
정 수석부회장과 구 대표는 이날 LG화학이 개발하고 있는 기존보다 5배 오래 가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에너지 밀도가 2배 높아 주행거리가 더 긴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르면 다음달 초 SK이노베이션을 보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날 계획이다. 그야말로 전기차 배터리 확보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내 4대 그룹간 ‘배터리 동맹’이 구체화 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유럽연합의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고성능·고효율 배터리 확보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LG화학은 1만7000건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를 확보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5.5%의 점유율로 올 1~4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배터리 3사 협력, 서로 윈윈
현재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차종과 현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엔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또 현대차그룹은 2022년 양산 예정인 E-GMP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했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과 구 대표의 협력 논의는 전기차 전장(전자장치) 부문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재계에선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차량용 플랫폼 ‘웹OS’를 내놨다.
현대차-LG 또다른 합작법인 나올까
LG-SK 배터리 특허 소송에도 영향 주나
한편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팔아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로 도약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볼륨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폴크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LG와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받는 게 중요하고, LG 등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도 생산 설비를 늘렸는데 2017년 중국이 보조금 줄였을 때처럼 전기차 판매가 급감해 배터리 수요가 줄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두 총수가 만나 상호 윈윈을 위해 서로 안정적인 공급원과 수요처를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중국 BYD그룹처럼 자체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비용 측면에서 효율이 떨어져 좋은 공급처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구 회동에는 현대차그룹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동행했다. LG 측에선 권영수 ㈜LG 부회장과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 김종현 전지사업본부 사장, 김명환 배터리연구소 사장 등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이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