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시총, 왜 덩치 5배 큰 SK이노의 2.2배 됐나

중앙일보

입력 2020.05.27 11:37

업데이트 2020.05.27 16:48

삼성SDI는 지난해 10조974억원 매출에, 46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7일 종가 기준 시가 총액은 25조991억원(주당 36만5000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9조8765억원 매출(영업이익 1조2693억원)을 올려 매출액으로만 따지면 삼성SDI보다 5배가량 크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11조3270억원(12만2500원)에 그친다. 매출은 SK이노베이션이 5배 더 많지만, 시가 총액은 삼성SDI가 2.2배로 역전이 이뤄진 것이다.

최근 삼성SDI나 LG화학 같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다. 정유 업체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험이 석유 수요 감소를 가속했다.
여기에 삼성SDI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는 건 이 회사 매출의 75%가량이 배터리 관련 분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가 올 1분기 올린 2조3975억원의 매출 중 1조8000억원가량이 배터리 등 에너지 솔루션에서 나왔다. LG화학과 관련해 배터리 사업 분사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사업과 묶어놓은 것보다 배터리 사업만 떼어내는 게 주가 관리 등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해 5월 말 삼성SDI의 주가는 20만8500원이었다.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생산거점인 울산 CLX 전경.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생산거점인 울산 CLX 전경. 사진 SK이노베이션

석유 소비 피크 지났나 

석유 시대의 퇴조는 한국 만의 일이 아니다. 이달 초 글로벌 석유 메이저 중 하나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버나드 루니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과거만큼 석유 수요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며 ”석유 수요의 피크(정점)는 이미 지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전 일일 기준 글로벌 석유 소비량은 1억 배럴에 달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적어도 코로나19로 10~15% 이상 소비가 줄었을 것으로 본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측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 분야에서만 하루 200만~300만 배럴의 석유류 소비가 줄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코로나19의 경험이 전기차 도입을 가속화 했다는 데 대해선 이견이 적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 세계의 전기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5년에 연간 1,00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 한 바 있다. IEA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은 320GWh 수준이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중국에까지 전기차 바람이 불면서 저마다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힘을 쏟는 이유다.

정유업계 역시 이런 흐름을 모르지 않는다. 정유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생산시설 정기보수 등을 통해 생산량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는다. SK이노베이션이 이달부터 한달여 간 정기보수에 들어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기 보수를 통해서 하루 15만 배럴가량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SK이노베이션의 정제능력은 하루 115만 배럴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의 연구진들이 배터리 셀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연구진들이 배터리 셀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정유업체들 매출 다변화 잰걸음
정유업체들은 또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매출 다변화를 위해 잰걸음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등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분야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이 단기간에 LG화학과 삼성SDI에 이어 배터리 업계 3위에 올라선 배경에는 이런 위기감이 있다. 글로벌 주요 정유사 중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는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업계 전반의 패권을 두고 정유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이 가속화됐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없을 것 같던 사자와 호랑이가 합사를 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 SNE리서치]

[자료: SNE리서치]

그나마 성과가 꾸준하다는 점은 위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7위(사용량 기준)에 랭크됐다. 지난해 연간 사용량 기준 처음 10위에 진입한 데 이은 성과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로 34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유업계 2위인 GS칼텍스 역시 지난해 2조7000억원을 들여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올레핀 생산(MFC) 시설을 건설하는 등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에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원료인 에틸렌을 연간 70만t, 페트병 원료인 폴리에틸렌을 연간 50만t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