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이 1996년 작곡한 현악4중주 ‘파라메타스트링’이다. 진은숙의 유일한 현악4중주로, 총 4개 악장인 이 곡은 같은 해 한국에서 초연된 후 지금껏 연주된 적이 없다. 이달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에스메 콰르텟이 24년 만에 연주할 예정이다.
이처럼 오랜만에 연주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곡이 워낙 고도의 연주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악장의 긴 트레몰로뿐 아니라 이후 악장에서도 현 위에서 손가락을 미끄러트리는 글리산도, 활을 줄 위에 공 튀기듯 연주하는 리코셰, 활털 대신 활대로 줄을 치는 콜 레뇨 등의 까다로운 기법을 많이 활용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ㆍ하유나, 비올리스트 김지원, 첼리스트 허예은으로 구성된 에스메 콰르텟은 2018년 런던 위그모어홀의 현악4중주 콩쿠르에서 한국팀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됐던 팀이다. '사랑받는' 이라는 뜻의 프랑스 옛말인 '에스메'로 이름을 정하고 창단 1년 6개월 만에 이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루체른과 엑상프로방스 등 유럽 유수의 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9일 무대는 콩쿠르 우승 2년 만의 한국 정식 데뷔. 이들은 국내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았던 진은숙의 작품을 골라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음악인 사이의 유대를 강조한다.
에스메 콰르텟이 연주하는 진은숙의 작품은 9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들을 수 있다. 에스메 콰르텟은 진은숙의 작품과 함께 모차르트 현악4중주 14번,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를 연주곡으로 골랐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