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던진 마지막 질문이다. 불륜으로 인해 완벽한 관계에 균열이 생겨나고, 벌어진 틈 사이로 일상적인 삶이 잠식돼 버린 부부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1회 6.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16회 28.4%로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지난해 JTBC ‘SKY 캐슬’이 세운 종전 최고 기록(23.8%)을 세 차례 경신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도 7주간 1위를 지켰다.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28.4% 기록
한국적 각색으로 영국 원작과 차별화 꾀해
‘미스티’ 잇는 모완일표 감각적 연출 통해
아역부터 신인까지 연기 구멍 없이 탄탄
낭만주의자 남편 이태오와 사랑에 빠진 여다경 역할의 박해준과 한소희 등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화차’(2012) ‘4등’(2015) ‘독전’(2018) 등 영화에서 주로 활약해 온 박해준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등 명대사를 남기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델로 데뷔해 ‘다시 만난 세계’(2017) 등 배우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신예 한소희는 선배들과 기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당찬 면모를 보였다. 부모의 감정싸움에 휘둘려 가장 큰 피해를 본 아들 준영 역을 연기한 아역배우 전진서부터 데이트 폭력으로 시작해 의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스릴러의 한 축을 담당한 박인규와 민현서 역의 이학주, 심은우까지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관계 집착할수록 불행…스스로 깨달아야”
김희애가 ‘내 남자의 여자’(2007)를 시작으로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 등 불륜 드라마에서 선보인 여성 캐릭터와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부부의 세계’에서 결혼은 사랑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제도에 가깝다. 자아실현과 성취감이 모두 결혼과 연관된 캐릭터를 통해 삶의 근거를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는 것이 얼마나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짚었다. 공희정 평론가는 “‘밀회’의 오혜원은 일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놨지만, 지선우는 일상을 계속해서 살아간다. 기존 캐릭터보다 한 단계 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극단으로 몰아세우는 감정 묘사 일품”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위한 욕심이 잡음을 빚기도 했다. 8회 괴한이 지선우의 집에 침입해 폭행하는 장면을 가해자 시점에서 VR처럼 연출한 것이 문제가 됐다. 불륜 사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1~6회는 19세 시청 등급으로 방영 이후 7회부터는 15세로 등급을 낮췄으나 항의가 잇따르자 남은 회차(9~16회) 모두 19세로 상향 조정했다. OCN 토일드라마 ‘루갈’ 등 장르물에서 작품 완성도를 위해 일부 회차를 19세 등급으로 방송하는 경우는 있지만, 전체 회차를 19세로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원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웨이브ㆍ왓챠플레이 등 각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 ‘닥터 포스터’를 서비스하기도 했다. JTBC도 22~23일 인터뷰와 명장면 등을 담은 ‘부부의 세계’ 스페셜 방송 이후 후속작으로 ‘닥터 포스터’를 편성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