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쓸 7조6000억원을 마련했다. 9조7000억원 중 중앙 정부가 그만큼의 비용을 대고,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준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국회가 지급 대상과 금액을 바꿀 수도 있다) “나라 살림이 빠듯하니 빚을 더 내지 않겠다”는 당초 정부의 약속도 지켰다. 대신 정부는 기존에 쓰기로 했던 사업의 일부를 줄이거나 뒤로 미루는 식으로 돈을 아꼈다. 어디서 줄였을까?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현장접수가 시작된 16일 서울시내 한 동주민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접수를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공무원에 줄 돈 7000억원을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돌린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주는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무원 채용이 연기된 데 따라 사용을 미룰 수 있게 된 인건비도 재난지원금에 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가 보상비 감액 조치는 공무원들이 국민적 고통을 분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참여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 임금은 권력의 쌈짓돈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방 예산을 9000억원 삭감한다. F-35A 스텔스전투기 3000억원, 해상작전헬기 2000억원, 광개토-Ⅲ 이지스구축함 사업 1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F-35 구입비 등의 집행을 내년으로 미루자는 얘기다. 군 전력 약화 우려가 나오는데, 국방부는 "해외 도입 사업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무기 전력화 일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군 시설 및 철도 투자사업도 미루거나 줄여서 돈을 아낀다. 이와 함께 금리와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아낄 수 있는 비용(5000억원)도 재난지원금 지급에 활용한다.
정부가 “쥐어짤 때로 줘어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자체도 ‘고통 분담’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렇게 나랏돈을 아끼긴 했다. 변수는 국회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100% 지급하려면 13조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추가해야 하는 약 4조원의 돈은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더 당겨쓸 데도 없어 결국 나랏빚을 늘리는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게다가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적 파장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나랏돈 쓸 일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728조원이다. 올해는 800조원을 넘길게 확실하다. 늘어난 나랏빚은 미래에 내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