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나라 곳간 비었다는 정부···7조 재난지원금 어디서 당겨왔나

중앙일보

입력 2020.04.18 06:00

수정 2020.04.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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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쓸 7조6000억원을 마련했다. 9조7000억원 중 중앙 정부가 그만큼의 비용을 대고,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준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국회가 지급 대상과 금액을 바꿀 수도 있다) “나라 살림이 빠듯하니 빚을 더 내지 않겠다”는 당초 정부의 약속도 지켰다. 대신 정부는 기존에 쓰기로 했던 사업의 일부를 줄이거나 뒤로 미루는 식으로 돈을 아꼈다. 어디서 줄였을까?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현장접수가 시작된 16일 서울시내 한 동주민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접수를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만만한’ 공무원 연가보상비 안주고

공무원에 줄 돈 7000억원을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돌린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주는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무원 채용이 연기된 데 따라 사용을 미룰 수 있게 된 인건비도 재난지원금에 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가 보상비 감액 조치는 공무원들이 국민적 고통을 분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참여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 임금은 권력의 쌈짓돈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함 구매 미뤄

국방 예산을 9000억원 삭감한다. F-35A 스텔스전투기 3000억원, 해상작전헬기 2000억원, 광개토-Ⅲ 이지스구축함 사업 1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F-35 구입비 등의 집행을 내년으로 미루자는 얘기다. 군 전력 약화 우려가 나오는데, 국방부는 "해외 도입 사업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무기 전력화 일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군 시설 및 철도 투자사업도 미루거나 줄여서 돈을 아낀다. 이와 함께 금리와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아낄 수 있는 비용(5000억원)도 재난지원금 지급에 활용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게 중요한 이유

정부가 “쥐어짤 때로 줘어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자체도 ‘고통 분담’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렇게 나랏돈을 아끼긴 했다. 변수는 국회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100% 지급하려면 13조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추가해야 하는 약 4조원의 돈은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더 당겨쓸 데도 없어 결국 나랏빚을 늘리는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게다가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적 파장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나랏돈 쓸 일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728조원이다. 올해는 800조원을 넘길게 확실하다. 늘어난 나랏빚은 미래에 내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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