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전화 대신 안심번호 활용…여론조사 정확도 높아져

중앙일보

입력 2020.04.18 00:21

수정 2020.04.1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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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여론조사 어땠나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 출구조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0대 총선 때 많은 여론조사는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150석을 넘어 최대 175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측치가 다소 빗나가더라도 최소한 새누리당이 1당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해 1당으로 올라섰고 새누리당은 12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이라는 말이 퍼질 정도로 정치권과 일반 대중은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을 불신했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서울 종로 선거구였다. 10여 곳의 여론조사 기관은 서울 종로에서 오세훈 후보가 정세균 후보를 10~17%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측했다. 개표 결과 정 후보(52.6%)가 오세훈 후보(39.7%)를 크게 앞서 여유 있게 당선됐다.
 
21대 총선 여론조사는 실제 결과와 얼마나 근접했을까. 서울대 폴랩(한규섭 교수 연구팀) 측에 따르면 과거 선거와 비교할 때 오차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전히 일정 정도의 오차는 존재했다”면서도 “20대 때보다 상대적으로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서울대 폴랩팀 지역구 지지율 분석
실제 선거 결과와 93~94% 일치
여론조사 없었던 지역은 예측 틀려

20대 총선땐 1·2위 평균 오차 11%P
이번엔 6.3%P 수준으로 크게 줄어

20대 때는 집 전화번호에 기반한 조사가 많았다. 반면 이번에는 안심번호를 활용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실제 유권자 분포를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대 폴랩팀은 지난 분석(중앙SUNDAY 4월 11일자 1면 4~5면 참조) 때 반영이 되지 않은 4월 8일 여심위 등록 여론조사 결과값까지를 추가해 다시 결과를 도출했다. 그리고 이번 총선 최종 결과와 비교해 추세 지지율 분석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여부를 따져봤다. 여론조사가 실시된 지역구는 154개, 미실시 지역구는 99개였다. 154개 지역은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추세 지지율을 감안한 후보별 득표율을 추정했다. 이 값을 당선 확률로 재계산하고 이를 일일이 합산해 각 당의 의석수를 예측했다. 여론조사가 없었던 99개는 19대 대선과 20대 총선 득표율, 현역 의원 소속 여부 등에 가중치를 부여해 의석수를 추정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우선 253개 지역구는 실제 투표결과 민주당 163석, 통합당 84석이었다. 폴랩팀의 예측치는 민주당 152석, 통합당 93석이다. 민주당은 11석을 과소 추정했고, 통합당은 9석을 과대 추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와 비례를 합산하면 예측치는 민주당 168석, 통합당 109석으로 분석됐다. 실제 결과는 민주당 180석, 통합당 103석이었다. 민주당은 12석이 과소추정됐고, 통합당은 6석이 과대 추정된 결과를 보였다. 지지율 추세를 바탕으로 한 폴랩팀의 예측치는 정확도가 민주당은 93.3%, 통합당은 94.2%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오차는 대부분 여론조사 미실시 지역구에서 발생했다.
 
99개의 여론조사 미실시 지역은 민주당이 63개 지역구, 통합당이 34개 지역구, 무소속이 2개 지역구에서 각각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이 72개, 통합당이 27개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냈다. 통합당보다는 민주당의 예측치 오차가 훨씬 컸다.
 
여론조사가 없었던 대전 동구와 인천 부평갑이 대표적 사례다. 대전 동구는 민주당 장철민, 통합당 이장우 후보가 맞붙었다. 20대 국회의원인 이 후보가 이번에도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장철민 후보가 51.01%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인천 부평갑은 민주당 이성만, 통합당 정유섭 후보가 경쟁했다. 역시 현역인 정 후보가 이길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56.68%를 얻은 이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처럼 여론조사 미실시 지역 중 소속 정당이 바뀐 곳은 모두 17곳으로 조사됐다. 13곳은 민주당 소속 후보가 이겼고, 통합당은 예측과 달리 4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서울대 폴랩팀은 지난 20대 총선 때도 같은 방식으로 각 당 의석수를 예측했었다. 공표 금지 직전까지의 여론조사 674회를 분석했다. 새누리당 평균 166석, 민주당 83석으로 예측했지만 크게 빗나갔다. 서울대 한규섭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당시 여론조사의 1~2위간 예측치와 실제 결과의 평균 오차는 11% 포인트나 됐는데 이번에는 평균 6.3% 포인트 수준의 오차를 보였다”며 “안심번호 등을 활용한 여론조사 방식 덕분에 오차가 20대 총선 때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평했다.
 
한편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방식에 따라 정확도는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8차례 조사를 한 A기관은 1, 2위 간 오차가 12.5% 포인트나 됐다. A기관은 유선전화 비율이 40%나 될 정도로 높은 경우가 많았다. 반면 9차례 조사를 한 B기관은 오차가 2.7% 포인트수준으로 낮았다. B기관은 무선전화 비율이 85%, 유선전화 비율이 15% 수준이었다.
 
고성표 기자, 김여진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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