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노석으로 쌓은 탑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보물 제410호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강원 정선)이 국보로 승격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오는 23일 수마노탑을 국보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41호 ‘안동 봉황사 대웅전’(경북 안동)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신라 자장율사가 지은 절의 모전석탑
실제론 석회암으로 벽돌식 7층 쌓아
중수과정 남겨진 점도 '국보급' 가치
안동 봉황사 대웅전은 보물 지정예고
그런데 왜 수마노탑일까. 이는 정암사를 창건한 신라 시대 고승 자장율사(慈藏律師, 590~658)에 얽힌 설화에서 비롯된다. 자장은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로부터 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받아 귀국한 후 643년(선덕여왕 12년)에 정암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석회암으로 탑신을 쌓은 것도 이례적이다. 석탑 전문 연구자인 단국대 사학과 박경식 교수는 “강원도 정선‧영월 일대 지역 재료를 쓴 것인데 석회암을 전면에 쓴 것은 동해시 삼화사 삼층석탑 외엔 수마노탑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특히 모전석탑은 분황사 모전석탑(국보 제30호)에서 보이듯 신라시대 이래 보이는 양식으로 탑 축조는 고려시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한국엔 2000여기 가까운 석탑이 건립됐지만 탑의 중수과정을 알 수 있는 사례는 불국사 삼층석탑(국보 제21호)과 포항 법광사지 삼층석탑 등 몇 안된다”고 설명했다.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은 보통 법당에 불상을 두지 않는다. 정암사 역시 수마노탑을 바라보는 위치에 적멸보궁이 자리잡고 있다. 적멸보궁이란 부처의 불상을 모시는 대신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법당으로, 바깥이나 뒤쪽에 사리탑이나 계단을 설치해 봉안한다. 수마노탑은 첩첩한 산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암벽에 홀로 서 있는데 쇠퇴한 산천 기운을 북돋우는 '산천비보'(山川裨補) 사상과 사리신앙 때문에 이같이 조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암사 적멸보궁은 양산 영축산 통도사, 평창 오대산 중대, 영월 사자산 법흥사, 인제 설악산 봉정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으로 불린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안동 봉황사 대웅전(이하 대웅전)을 보물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대웅전은 삼존불을 봉안한 정면 5칸의 대형불전이며, 팔작지붕을 하고 있어 조선후기의 3칸 불전에 맞배집이 유행하던 것에 비하여 돋보이는 형식이다. 또한, 전면의 배흘림이 강한 기둥은 조선후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양식이다.
건립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17세기 후반 무렵 중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공포부(체목부 위에서 처마지붕을 받치는 구조물)를 비롯한 세부가 19세기 말 수리의 흔적을 담고 있다”면서 “천장의 우물반자에 그려진 오래된 단청과 빗반자의 봉황 그림 등 뛰어난 실내장엄 등이 높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