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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 잇단 경사…대전‧과천서 각각 ‘2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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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8월 춘천에서 찾아 인공 증식한 장수하늘소 암컷 중 한 마리가 처음으로 광릉숲 수컷과 짝짓기해 산란과 부화를 마쳤다고 13일 밝혔다.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와 비교한 장수하늘소 애벌레.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8월 춘천에서 찾아 인공 증식한 장수하늘소 암컷 중 한 마리가 처음으로 광릉숲 수컷과 짝짓기해 산란과 부화를 마쳤다고 13일 밝혔다.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와 비교한 장수하늘소 애벌레.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지난해 강원도 춘천에서 46년 만에 발견된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가 그간 인공증식해온 대전과 과천 실험실에서 각각 2세 소식을 전했다. 특히 대전에 위치한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선 광릉숲에서 서식해온 개체와 짝짓기를 통해 첫 애벌레 부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춘천서 46년 만에 유충 7마리 발견 #암컷 1마리, 광릉숲 개체와 2세 번식 성공 #천연기념물 218호 멸종위기종 다양성 확보 #과천과학관선 한쌍이 51마리 애벌레 부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3일 춘천에서 찾아서 인공 증식시켜온 암컷 중 한마리를 광릉숲 수컷과 짝짓기한 결과 지난 3일 크기 1㎝ 미만의 첫 애벌레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짝짓기로 부화한 애벌레는 현재까지 총 9마리다. 이성경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장수하늘소가 일반적으로 한번에 알 60개를 낳는다고 하는데, 앞서 이들이 서식해온 산란목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진 31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이들 알을 개별 페트리 디쉬(배양 용기)에 넣고 부화를 관찰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혹시 놓친 알이 있을까봐 산란목 주변에 먹이를 두고 추가로 애벌레가 나타날지 관찰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수하늘소 애벌레 부화과정. ⓒ국립문화재연구소

장수하늘소 애벌레 부화과정. ⓒ국립문화재연구소

이번에 번식 성공한 암컷은 지난해 춘천에서 발견된 유충 7개체 중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키워온 다섯 마리 중 하나다. 연구소 내 자연문화재연구실 안에 실험실을 따로 마련해 키워오던 중 지난해 12월 30일 가장 먼저 성충이 됐다. 이를 국립수목원이 2017년 광릉숲에서 발견한 장수하늘소로부터 얻은 수컷과 2월 하순 짝짓기시키고 3월 중순께 알을 얻었다. 장수하늘소는 산란에서 부화까지 2~3주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번식 후 춘천 장수하늘소 암컷은 죽었고 광릉숲 수컷은 생존해 있다.

장수하늘소(학명 Callipogon relictus)는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에 속하며 딱정벌레 중 크기가 가장 큰 곤충이다.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는 숲에서 서식한다.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1970년대 말 이후 개체 수가 급감해 현재는 거의 절멸상태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경기 광릉숲 인근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춘천시 북산면 일대에서 곤충 생태를 조사하던 연구진에 의해 유충 7마리가 발견됐다. 이 일대는 1962년도에 천연기념물 제75호 ‘춘천의 장수하늘소 발생지’로 지정됐다가 소양강 다목적댐 건설로 인해 서식지가 수몰되면서 보존가치가 없어져 73년에 지정해제된 곳과 가깝다. 발견된 7마리 중 5마리가 국립문화재연구소로 갔고, 나머지 2마리는 국립과천과학관으로 옮겨졌다.

성충이 되고 번식하기까진 국립과천과학관 쪽이 빨랐다. 유충 두 마리 중 암컷이 지난해 11월 29일, 수컷은 12월 6일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탈바꿈해 짝짓기했다. 과천과학관 손재덕 연구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첫 알이 발견됐고 총 51개 모두가 올 초 부화에 성공했다”면서 “계속 먹이를 주며 관찰 중인데 현재 새끼손가락 크기까지 자랐다”고 말했다. 번식 후 이들 암수 한쌍 역시 폐사했으며 과학관 측은 표본을 떠서 보관 중이다.

지난해 12월 국립과천과학관이 공개한 장수하늘소 암컷 성충 . 그해 8월 강원도 춘천에서 발견한 장수하늘소 애벌레들 가운데 과천과학관이 사육한 두 마리 중 암컷은 11월 29일, 수컷은 12월 6일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탈바꿈했다. [사진 국립과천과학관]

지난해 12월 국립과천과학관이 공개한 장수하늘소 암컷 성충 . 그해 8월 강원도 춘천에서 발견한 장수하늘소 애벌레들 가운데 과천과학관이 사육한 두 마리 중 암컷은 11월 29일, 수컷은 12월 6일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탈바꿈했다. [사진 국립과천과학관]

국립문화재연구소 측은 “이번 애벌레 부화는 춘천에서 천연기념물 발생지 지정해제 후 46년 만에 발견된 장수하늘소가 외부 개체와 짝짓기를 통해 번식에 성공함으로써 장수하늘소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소 측에 남은 네 마리는 모두 최근에 성충이 됐다. 한 마리만 암컷이고, 세 마리는 수컷이다. 곤충은 성충이 된 후 번식기간과 수명이 모두 짧기 때문에 연구소는 이번 주내 광릉숲에 사는 암컷 두 마리를 데려와 모두 세쌍의 번식을 각각 시도할 예정이다. 이성경 연구사는 “앞으로 개체가 늘어나면 과천과학관 측 개체와도 합사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협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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