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원도 춘천에서 46년 만에 발견된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가 그간 인공증식해온 대전과 과천 실험실에서 각각 2세 소식을 전했다. 특히 대전에 위치한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선 광릉숲에서 서식해온 개체와 짝짓기를 통해 첫 애벌레 부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춘천서 46년 만에 유충 7마리 발견 #암컷 1마리, 광릉숲 개체와 2세 번식 성공 #천연기념물 218호 멸종위기종 다양성 확보 #과천과학관선 한쌍이 51마리 애벌레 부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3일 춘천에서 찾아서 인공 증식시켜온 암컷 중 한마리를 광릉숲 수컷과 짝짓기한 결과 지난 3일 크기 1㎝ 미만의 첫 애벌레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짝짓기로 부화한 애벌레는 현재까지 총 9마리다. 이성경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장수하늘소가 일반적으로 한번에 알 60개를 낳는다고 하는데, 앞서 이들이 서식해온 산란목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진 31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이들 알을 개별 페트리 디쉬(배양 용기)에 넣고 부화를 관찰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혹시 놓친 알이 있을까봐 산란목 주변에 먹이를 두고 추가로 애벌레가 나타날지 관찰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번식 성공한 암컷은 지난해 춘천에서 발견된 유충 7개체 중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키워온 다섯 마리 중 하나다. 연구소 내 자연문화재연구실 안에 실험실을 따로 마련해 키워오던 중 지난해 12월 30일 가장 먼저 성충이 됐다. 이를 국립수목원이 2017년 광릉숲에서 발견한 장수하늘소로부터 얻은 수컷과 2월 하순 짝짓기시키고 3월 중순께 알을 얻었다. 장수하늘소는 산란에서 부화까지 2~3주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번식 후 춘천 장수하늘소 암컷은 죽었고 광릉숲 수컷은 생존해 있다.
장수하늘소(학명 Callipogon relictus)는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에 속하며 딱정벌레 중 크기가 가장 큰 곤충이다.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는 숲에서 서식한다.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1970년대 말 이후 개체 수가 급감해 현재는 거의 절멸상태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경기 광릉숲 인근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춘천시 북산면 일대에서 곤충 생태를 조사하던 연구진에 의해 유충 7마리가 발견됐다. 이 일대는 1962년도에 천연기념물 제75호 ‘춘천의 장수하늘소 발생지’로 지정됐다가 소양강 다목적댐 건설로 인해 서식지가 수몰되면서 보존가치가 없어져 73년에 지정해제된 곳과 가깝다. 발견된 7마리 중 5마리가 국립문화재연구소로 갔고, 나머지 2마리는 국립과천과학관으로 옮겨졌다.
성충이 되고 번식하기까진 국립과천과학관 쪽이 빨랐다. 유충 두 마리 중 암컷이 지난해 11월 29일, 수컷은 12월 6일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탈바꿈해 짝짓기했다. 과천과학관 손재덕 연구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첫 알이 발견됐고 총 51개 모두가 올 초 부화에 성공했다”면서 “계속 먹이를 주며 관찰 중인데 현재 새끼손가락 크기까지 자랐다”고 말했다. 번식 후 이들 암수 한쌍 역시 폐사했으며 과학관 측은 표본을 떠서 보관 중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측은 “이번 애벌레 부화는 춘천에서 천연기념물 발생지 지정해제 후 46년 만에 발견된 장수하늘소가 외부 개체와 짝짓기를 통해 번식에 성공함으로써 장수하늘소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소 측에 남은 네 마리는 모두 최근에 성충이 됐다. 한 마리만 암컷이고, 세 마리는 수컷이다. 곤충은 성충이 된 후 번식기간과 수명이 모두 짧기 때문에 연구소는 이번 주내 광릉숲에 사는 암컷 두 마리를 데려와 모두 세쌍의 번식을 각각 시도할 예정이다. 이성경 연구사는 “앞으로 개체가 늘어나면 과천과학관 측 개체와도 합사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협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