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그맨 박명수씨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박 씨의 발언을 전한 기사에는 공감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면서 마스크 품귀가 극에 달하고,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대구에서는 24일 이마트가 판매한 48만장이 두 시간 만에 다 팔리는 일이 벌어졌다. 25일에는 마스크를 팔지도 않는 우체국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우체국을 통한 마스크 공급 계획이 알려지자 회원 가입을 해두려는 사람이 몰렸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강 모씨(31·남)는 “이달 초 어렵게 2000여장을 확보했지만, 중국인 등이 대거 사가면서 이틀 만에 동이 났다”고 전했다.
초기엔 불법반출만 단속 나서
최근 닷새간 527만장 중국 수출
마스크 등 기타 제품 2월 中 수출액 폭증
그러나 정부는 안일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일부 유통 단계에서 매점매석 등으로 불안이 야기됐지만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얽히고설킨 유통망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생산량(1일 800만 장 이상)을 중심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했지만, 이미 웃돈 거래로 마스크 생산·유통 질서가 무너진 후였다.
중국 무역상들은 정부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2일부터 16일 닷새 동안에만 중국에 수출된 보건용 마스크는 총 527만장으로 집계했다. 특히 14일에는 하루 236만장을 수출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체 마스크의 수출 급증 추세를 추정할 수 있는 통계도 나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마스크 등을 포함한 '기타 제품(분류번호 HS6307909000)'의 대(對) 중국 수출액은 올해 1월 6135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이달 20일까지 잠정 집계치도 1억1845만 달러로 작년 12월보다 200배가량 늘었다. '기타 제품'에는 모기장·방풍커버 등 다른 품목도 포함되지만, 이들 품목의 수출이 폭증할 요인은 많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 수출이 급격히 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한 달 지나서 전면 수출 규제
국내 유통 단속도 늑장 대응
"마스크, 전략물자처럼 관리해야"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민에게 무조건 정부를 믿으라고 강조하기보다는 마스크처럼 꼭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인구에 따른 마스크 소비량, 제작 업체 규모 등을 바탕으로 국내 전반의 수요·공급량을 정확히 예측해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허정원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