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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순간②]41개국 중국발 입국 막았는데…한국은 저울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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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버스 탑승 전 체온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버스 탑승 전 체온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국인 중국으로터의 입국 제한을 놓고 정부는 25일에도 “현 수준 유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발 입국 관리 실패했다 #“코로나 차단, 국민 안전과 직결 #외교 고려 타협할 사안 아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입국을 거부하는 나라는 호주·베트남·대만·미국 등 41개국에 달한다(20일 기준). 정부가 ‘현재 수준’을 고수해 온 사이 한국은 이제 최소 24개국으로부터 입국 제한을 당하는 나라가 됐다.

우한(武漢)시가 포함된 후베이(湖北)성에서의 입국만을 차단하는 정부의 현재 조치는 코로나19 확진자 3위인 일본과 비교해도 미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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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시 당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후베이성만 입국 금지를 했지만 일본 내 확진자가 급증하자 저장성을 추가했다.

반면에 한국에선 역병에 대한 단호한 대응에 목마른 민심과는 달리 “중국인 유학생도 우리 학생”(13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선 격리, 선별적 수용과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의료적 판단은 무시됐고 ‘입국 금지는 차별’ ‘한·중 관계에 해악’이라는 의료 바깥의 논리가 정부와 여권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전염병 방역과 한·중 관계를 놓고 저울질했던 자체가 심각한 판단 오류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염병 차단은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에 직결되는 최우선의 긴급 현안인데 한·중 관계에 미칠 유불리를 따지는 논리를 앞세웠다는 비판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공중보건학적 견지에선 지금이라도 입국 금지를 하거나 적어도 입국 제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는 당연히 외교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공중보건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만큼 정치적·외교적 고려와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한국인 탑승객을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돌려보낸 이스라엘 당국의 조치는 우리 입장에선 박수 칠 일이 아니다”면서도 “한·이스라엘 외교 관계가 악화될 것을 감수하고 감염을 우려해 이렇게 단호하게 조치하는 나라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력, 긴 잠복기, 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이라도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민정·위문희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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