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신문에 직접 글을 써서 “우리(페이스북) 좀 규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개 석상에서 “소셜미디어도 콘텐트 내용에 책임이 없지 않다”고도 했다. 대체 왜?
무슨 일이야?
-이틀후, 2월 17일자 파이낸셜타임즈 ‘오피니언’ 란에 저커버그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거대 기술기업을 더 많이 규제해야 한다(Big Tech needs more regulation)’.
-기고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냐 규칙 강화냐, 열린 공간 제공이냐 데이터 보호냐 같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날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명확하게 옳기만한 답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이미 유해 콘텐트를 걸러내는 규정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공개할 것이다.”
“EU가 국제 기구를 만들어서 페이스북의 데이터를 공유받겠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개인 데이터'의 정의는 어디까지고, 그 결정은 누가 하나?”
“좋은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페이스북 사업에 해가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페이스북에게도 좋다”
핵심이 뭐야?
“규제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엄격하기만 하면, 기업들은 규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틀어쥘 수밖에 없다.”
“규제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페이스북 데이터로 영업을 하는 수백만 소상공인들은 독자적으로 데이터 분석이나 마케팅을 할 수 없다” 섣부른 규제로 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저커버그는 특히 정치 영역에서 모호함을 호소했다. 페이스북은 정치 광고에 대해서는 광고주가 누구이며 광고 단가가 얼마인지 공개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반문했다. “선거 기간에 비영리단체가 이민 정책에 관련된 광고를 페이스북에 게재한다면 그것은 ‘정치 광고’인가 아닌가? 그런 판단은 누가 내려주는가?”
이전에 무슨 일이?
-2019년 1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설했다.
“너무 많은 유럽 기업이 자사의 모든 데이터를 미국 기업들에게 맡긴다. … 데이터에서 나오는 상품을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왜 지금 이러는 건데?
-애플ㆍ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이 EU의 결정을 주시한다. EU 집행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구글 CEO, 애플 부사장이 최근 다녀갔다. 저커버그도 현재 브뤼셀에 있다.
-EU 집행위원들은 “콘텐트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응은 너무 느리고, 무책임하다”, “우리가 페이스북에 적응할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적응해야 한다”며 연일 강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나랑 관련 있나?
-네이버ㆍ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은 “포털도 댓글 조작의 피해자인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더 알면 좋은 내용은
-페이스북은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영국의 정치 컨설팅 업체에 유출한 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5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받았다. 저커버그가 연일 ‘낮은 포복’을 취하는 배경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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