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공항 ‘신 삼국지’
다싱 개항, 서우두 확장해 연 2억명
환승객 적극 유인 동북아 허브 노려
인천 환승률은 매년 줄어 11%대로
규제 프리존 지정 경쟁력 강화 필요
공항과 항공산업은 한번 인프라를 갖춰 놓으면 꾸준히 성과를 거둬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아랍에미리트(UAE)는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원유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진주조개를 잡는 한가한 어촌이던 두바이에 공항을 건설했다. 두바이공항은 이용객 8888만명으로 국제선 기준 세계 최대 공항으로 성장했다. 두바이가 유럽·아프리카·호주·미주를 잇는 교통 허브(지역 중심공항)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UAE는 두바이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820억달러(95조원)를 들여 신공항인 알막툼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두바이공항의 환승률(전체 승객에서 환승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고, 유럽의 대표적인 허브인 네덜란드 스키폴공항도 36%다. 반면 지난해 인천공항을 거쳐 간 환승객은 839만명으로 환승률은 11.9%에 그쳤다. 환승객 가운데 중국·동남아 비중이 크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해 베이징 서우두공항이 미주·유럽 직항 노선 10개를 신설하면서 중국 환승객은 87만 명으로 2018년보다 6.2% 감소했다. 베이징 공항이 확장되고 취항노선이 확대될수록 연 200만 명 안팎인 동남아 환승객도 인천 대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항공사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화물 환적률도 2007년 50.7%에서 2018년 39.4%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중장기 전략의 부재를 우려한다. 인천공항의 취항 노선과 항공사는 2014년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인천공항 이용자가 매년 50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은 저비용항공사(LCC)가 급성장한 결과다. 이대로라며 한국인만을 위한 지역 공항으로 전락할 처지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여객만으로 다싱공항 등 세계 공항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영종도만이라도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해 비즈니스와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 글로벌 허브공항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