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0일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뉴스1]
다만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양당 간 통추위 구성을 공식 논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래도 전날 혁통위 출범으로 물꼬를 튼 양당의 통합 분위기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양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양측이 ‘입’으로는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지만 ‘발’은 (협상) 테이블로 향하지 않느냐. 나쁘지 않은 징후”라고 말했다.
보수 통합 싸고 기싸움
당 대 당 통추위 구성도 물밑 논의
협상 테이블 앉았지만 앙금 남아
양측 감정 상하지 않는 방안 모색
박형준 혁통위원장 “진전 있을 것”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오른쪽 둘째)가 10일 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전날 혁통위 출범 직후만 해도 ‘통합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이양수 한국당 의원과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이 ‘새로운 정당 창당, 탄핵 문제 극복’ 등을 담은 8개 안에 합의하면서다. 양당이 내놓은 최초의 합의안이었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3원칙 수용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야 한다”며 향후 공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연명부를 제출했다.
한 초선 의원은 “향후 지분 텃세를 부리지 않겠다는 뜻을 새보수당에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태·김태흠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황 대표가 3원칙을 받았으니 유 의원이 결단해 달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직접 입장 표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유 의원과도 뜻을 같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든 정치 세력과 뭉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이것이 대의”라고만 했다. 새보수당 측에선 이를 문제 삼았다. 한 새보수당 인사는 “하다못해 전세 계약서를 쓸 때도 본인이 서명하지 대리 서명을 하느냐”며 “동의는 하는데 공식 발표는 못 하게 하는 한국당의 분위기를 불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분위기도 미묘해졌다. 전날 통합 발표에 찬성 입장을 냈던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쯤 되면 통합보다는 ‘황교안 무릎 꿇리기’가 새보수당의 우선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이제 새보수당이 황 대표 대신 통합 쪽으로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만 모셔다가 꽃가마 태우는 식으로 통합이 흘러간다”고 비판했다.
다만 양당에는 3원칙에 발목이 잡힌 현 상황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뒤집어보자면 이 문제만 해결되면 통합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특히 한국당 내부에선 황 대표가 직접 발표는 하지 않더라도 양당 지도부가 ‘3원칙 합의문’을 공개 교환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양측이 감정을 상하지 않으면서 손을 잡을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새보수당 핵심 관계자도 “3원칙 문제만 공식적으로 클리어되면 향후 무궁무진한 통합의 그림들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검찰 인사로 불붙은 ‘반문재인 정서’가 두 당을 잇는 끈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혁통위는 두 번째 회의를 앞두고 있다. 박형준 혁통위원장은 이날 “주말 사이에 실무 준비를 마치고 13일부터는 본격 회의에 들어가려고 한다”며 “조정할 부분이 있어도 양측 의지만은 여전한 만큼 통합 논의에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