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홍대 앞 소극장 더 노라 스테이지 와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세 사람은 “이런 자리가 너무 오랜만이라 생소하다”면서도 동창회에 온 듯한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성식은 “실제 후암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한동네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번 타이틀이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오전에 태관이 영면해 있는 용인에 다녀오면서 함께 앨범을 들어보니 옛 생각이 더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33년 만에 다시 만난 봄여름가을겨울
김현식 백밴드로 출발한 빛과소금 재회
동창회 하는 마음으로 ‘리유니언’ 발매
“만남보다 헤어짐 많아…더 늦기 전에 뭉쳐”
“그동안 많이 외롭기도 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형들과 다시 작업하면서 세상에는 아직도 대가가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첫 앨범을 만들던 때와 비슷한 환경에서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정말 딱 3주 전에 연락했거든요. 만들어둔 곡도 없이 태관이 다니던 서강대 앞 스튜디오에서 만나서 맞춰보는데 지난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악기 안 잡은 지 오래됐다, 연습 하나도 못 했다 하더니 다 엄살이었던 거죠.”(김종진)
각각 서울예대와 호서대 실용음악과 강단에 선 지가 더 오래된 장기호와 박성식은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고. “처음엔 학생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컸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 내려놓고 나니 너무 즐겁고 행복하더라고요. 옛날엔 종진이랑도 정말 많이 다퉜거든요.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런데 서로 존중하고 절제하는 법을 알게 된 상태에서 다시 만나니 아집에 갇히지 않고 견해를 넓혀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장기호)
“힘들지 혼자 외롭지…항상 행복해야 해요”
빛과소금의 ‘오래된 친구’와 봄여름가을겨울의 ‘보고 싶은 친구’는 서로 바꿔 불렀다.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 1집에 수록된 ‘보고 싶은 친구’는 유재하 군에게 바치는 곡이었는데 기호 형이 태관을 생각하며 부르니 느낌이 또 달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성식은 “작업하는 내내 마음 한켠에 태관이가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우리 모두 연주자 출신이지만 과도한 효과를 지양하고 아주 담백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활동 계획은 미정이다. 33년 만의 재회에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아직 연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부 거절했다. “사실 오랫동안 무대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두렵기도 해요. 얼른 자신감을 회복해야 할 텐데. 일단 저희 노래를 듣고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이 다시 한번 만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장기호) “저는 음악가들이 음악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영감을 받으면 육지에 있는 분들에게 전서구를 띄우는 거죠. 그게 잃어버린 아날로그 감성일 수도 있고, 레트로가 될 수도 있는데,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면 또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김종진)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