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달리 북한은 서두르는 분위기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으니 미국이 빨리 입장을 바꿔 협상에 임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거다. 김 위원장은 경제 도약, 즉 고도 경제성장을 꿈꾸고 있지만 대북제재로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 양측이 연일 험한 말을 주고받고 있다.
- “새롭다기보다는 지난 10월 초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의 연장이라고 봐야 한다. 한쪽이 공격하면 똑같이 따라 하며 서로를 압박하는 ‘거울 영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거다.”
- 북한은 연말 전원회의를 소집해 ‘중대한 결정’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 연말까지 협상이 결판나지 않은 것에 대한 대비일 수 있다. 지난 2년처럼 협상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식으론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다. 다만 과거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지난해 경제 중심으로 바꾼 만큼 경제 중심의 국가전략을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연내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없나.
- “친서를 통한 정상 간의 교감으로 극적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쉽지 않다.”
- 연말과 연초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 “예상하기 쉽지 않다. 연말 시한을 넘기면 (장거리 미사일로 간주할 수 있는)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겠지만 중국이나 국제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미국 재선에 영향을 주려면 쏘더라도 내년 중반에 쏘는 게 더 효과적이란 분석도 적잖다. 북한이 행동에 나서더라도 연말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를 최종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겠나.”
김 위원장이 연말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배경에 대해 그는 ‘경제적인’ 이유를 꼽았다. 또 미국이 자국의 입장을 강요하는 ‘찍어누르기식’ 접근에는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제 정책 변화를 통해 내구력이 생겼고 하루 세 끼를 먹는 수준은 됐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그런 만큼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견디지 못하고 두 손 들고 나올 것이란 전제는 근거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주장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북, 강력한 제재에도 내구력 생겨
미국 ‘찍어누르기식’ 접근에 불복
실무협상보다 톱다운 방식이 최선
이 전 장관은 “계획 달성을 목표로 했던 북한의 생산 현장이 경쟁을 통한 잉여생산품 판매 등 생산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가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도 군에서 경제 분야로 전환됐다”고 소개했다.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사회주의 체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데 비해 김 위원장은 변화의 폭을 대폭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군수공장에서 일용품이나 치과용 의료 기기를 생산하고 포 사격에 나섰던 원산 해안가에 관광 시설(갈마지구)이 들어선 모습이 대표적이다. 같은 장소의 인공위성 사진을 시기별로 분석한 결과 공군 기지로 사용하던 함북 경성군 중평리 비행장 일대가 대형 온실촌으로 변모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전 장관은 이런 변화를 국제사회가 공유해 실제 대북 정책에도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구 결과를 영문판으로도 내놨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북한은 변화를 거부하는 폐쇄적이고 호전적인 군사국가’라는 전제하에 대북정책을 수립해 왔다”며 “이에 기초해 최근 북한의 내부 변화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지만 기존의 인식을 뒤흔들 만한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