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 치열한 입찰 경합
과연 지난해 세운 한국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 경매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모두 숨죽이고 경매사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23일 오후 홍콩 크리스티 경매 현장
10분만에 최고가 기록 세우고 종료
"구매한 사람은 한국인 아냐"
입찰자가 없거나 경합이 없을 경우 경매는 빠르면 1분 내지는 30초 안에 끝난다. 하지만 김환기의 ‘우주’는 10분 동안이나 경합이 이어졌다. 응찰가가 8000만 홍콩달러를 넘겼을 때부터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와 프란시스 벨린(Francis Belin) 크리스티 아시아 총괄 사장에게 대리 응찰을 부탁한 전화 응찰자들의 본격적인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수수료까지 더하면 153억원
이번에 132억원에 김환기의 작품을 낙찰받은 사람의 국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한국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가는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억 195만5000 홍콩달러로, 총 153억이 넘을 전망이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100억대 이상에 거래가 된다고 하면 본격적으로 김환기의 작품이 세계 주류 미술시장에 진입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차세대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국제 미술 시장에 진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서울옥션의 홍콩 세일을 위해 컨벤션센터에 있던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 역시 “한국 미술의 역사적 사건”이라며 “이번 100억 경신을 계기로 훨씬 더 많은 작가가 세계 미술 시장에 데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주', 김환기 작품 중 유일한 두폭화
‘우주’를 소장해온 이들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김마태(한국명 김정준)·전재금씨 부부. 1951년 부산 피난시절 김환기를 만난 부부는 그에게서 작품을 직접 사들여 50년 가까이 보관해왔다. 첫 만남부터 김 화백이 타계한 1974년까지 김마태씨는 단순한 후원가를 넘어 친구로서 김환기의 작품 활동을 지원해왔고, 그에게 있어서 ‘우주’는 "미술 작품 이상이었다"고 한다.
“(김마태·전재금씨 부부가) 크리스티 뉴욕에 연락해 왔을 때, 저는 운명을 느꼈어요. 김환기의 작품을 미술 시장에서 올바르게 자리매김(포지셔닝)하는 것이 김마태씨의 꿈이었기에 크리스티 뉴욕에 먼저 연락해온 것입니다.”
린 부회장은 김환기의 ‘우주’가 한국 추상미술의 정수뿐만 아니라 “아시아 문화 자체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두 개의 원은 음과 양의 조화, 해와 달,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 남성과 여성 등과 같은 우주의 모든 기운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다. 제목이 ‘우주’인 것도 그런 이유다.
김환기 기록, 여기서 끝날까?
작품가격 사이트 K-Artprice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지난 5년간 김환기의 작품은 총 14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환기 작품은 나오기만 하면 최고가”라는 것이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의 설명이다. 린 부회장은 전날 경매에 앞서 “김환기의 신기록은 ‘우주’만이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한국미술 성장에 직결될까?
그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후 정상화 화백의 그림을 보고 반했지만, 작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미술 시장을 부흥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은 연간 4000억원 규모로, 28조원 정도의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한국 미술 저평가돼 있다"
홍콩=윤소연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yoon.s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