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쌀의 미래
한국 쌀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 감소에 따른 재고 증가다.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970년 373g에서 지난해 167g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년 40만8700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시장 개방한 일본 고급 쌀로 승부
800여 브랜드 개발 수입 쌀 밀어내
한국도 시장개방 대책 마련할 때
일본 농민들은 고급화로 대응했다. 800여 종의 브랜드 쌀을 내놓았다. 니가타(新潟)산 고시히카리 품종, 아키타(秋田)산 히토메보레 품종 등은 5㎏당 3000엔 전후에 팔린다. 지난해 가장 맛있는 쌀로 선정된 호쿠렌(홋카이도농업협동조합연합회) 유메피키라는 7999엔의 가격이 매겨졌다. 주로 원조나 가공식품에 쓰이는 의무수입물량 70만t을 제외하면 밥을 지어먹기 위한 쌀 수입은 거의 없다. 한국 정부도 2015년 관세화 방식으로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미국·중국 등 쌀 수출국과의 관세율 협상도 난항을 겪으면서 4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도 소비자는 고급 쌀에 눈을 돌리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쌀 구매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조사한 결과 2014년에는 가격(20.8%) 다음으로 맛(14.9%)을 꼽았지만, 2017년에는 맛이라는 응답이 33.2%로 급증했다. 가격이라는 응답은 16.3%로 줄었다. 하지만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 전략도 모호하다. KOTRA에 따르면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연간 300만t 정도를 수입한다. 베이징·상하이 등지에서 일본산 쌀은 현지 쌀의 8~9배 가격에 팔린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의 이철희 박사(농업연구관)는 “일본은 수출 전략 품종을 선정하고 기업이 농민과 계약 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거래를 이어가지만 우리는 남는 쌀을 밀어내기에 바쁘다”며 “정부와 농협 등이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