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공단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24시
북한산 14명, 도봉산 11명 활약 중
경찰구조대 해체 뒤 5월 출범
암벽등반 10~15년 전문가 구성
구조시간·구조율 30% 높아져
“시스템 정착은 안 돼” 시선도
특수산악구조대가 출범 5개월을 맞이했다. 특수산악구조대는 2023년 의무경찰제도 폐지로 인해 해체된 경찰구조대의 임무를 물려받아 지난 5월 발족식을 갖고 6월부터 활동 중이다. 북한산 경찰구조대는 1983년 4월 인수봉에서 대학생 등 4명이 사망한 뒤 생겨났다.
특수산악구조대는 북한산에 14명, 도봉산에 11명이 활동 중이다. 기존 경찰구조대의 2배 인력이다. 신주한(43)·오명석(43)·최석조(38) 대원 등 암벽 등반 경력 10~15년의 전문가 위주로 뽑았다. 최현규 대원은 대학 응급구조학과를 나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다.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이 있다. 그는 “이전 직장이 2차 응급 현장이라면 지금은 1차 응급 현장”이라며 “그만큼 사고자에 대한 책임감·사명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로 이뤄져 ‘특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고 신고를 받으면 사고 위치를 가늠하기 쉽다. 특정 구간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 상황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다. 대응 시간이 빨라졌다. 이명종 북한산국립공원 재난안전과 계장은 “구조시간과 구조율이 30% 향상됐다”고 말했다.
특수산악구조대는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하지만 사고를 막는 역할도 한다. 지난달 태풍 링링으로 인수봉 오아시스(인수봉 중턱의 나무가 있는 25㎡ 정도의 공터) 옆 소나무가 쓰러졌다. 일부 산악인들은 “인수봉 등반 90년을 지켜본 소나무”라며 도로 심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특수산악구조대는 “안전이 먼저”라며 지난달 20일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특수산악구조대 7명이 투입됐다. 일반인 5명도 작업을 거들었다.
특수산악구조대는 단풍이 진해질수록 긴장감도 더해진다. 가을은 1년 중 가장 많이 사고가 나는 ‘등산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치상 대장은 “9~10월 사고가 연간 사고의 20%가 넘는다”며 “잠시도 상황판에서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산에는 지난해 해상공원을 제외한 국립공원 중 가장 많은 552만 명이 찾았다. 설악산 방문객은 324만 명, 지리산은 331만 명이었다. 사고도 잦다.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립공원(한라산 제외) 전체 사고 1082건 중 북한산 사고가 342건(32%)이다.
정오~오후 3시 사고 가장 많이 발생
일부 등산객들은 경찰구조대가 해체되면서 불만과 우려를 드러냈다. 35년간 쌓아온 경찰구조대의 구조 노하우를 국립공원공단 조직이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현재도 ‘특수산악구조대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다’ ‘아직 정착된 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악인은 그런 우려는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최근 인수봉에서 만난 이명희(46·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씨는 “전문 산악인 출신들이라 신속하게 대응하더라”며 “좀 더 많은 전문 산악인들이 충원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71년 인수봉 참사 때 가장 늦게 하강하며 희생자들을 도운 이종록(74)씨는 “특수산악구조대 대원들은 전문 등반가들로, 의경들로 구성된 경찰구조대와 달리 장기간 활동하면서 전문 구조 능력을 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대(82) 코오롱등산학교 명예 교장은 “경찰구조대 대장들도 10년 이상 등반한 사람들”이라며 “특수산악구조대는 거의 모든 대원이 등산 관련 자격증이 있는 전문집단”이라고 말했다.
박기연 북한산 국립공원 사무소장은 특수산악구조대 활동을 지리산·설악산 등으로 넓힐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특수산악구조대 인력을 연말까지 보강한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수산악구조대와 함께할, 사람을 찾습니다.”
인수봉=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