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대놓고 밀어준 영국 차기 총리 후보가 있습니다. 자신 못지않게 늘 화제를 몰고 다닌 보리스 존슨(55) 전 영국 외무장관이지요. 이런 트럼프의 전폭적 지원이 “중도파의 지지를 얻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CNN)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 ‘포스트 메이’ 자리를 둘러싼 경쟁에서 존슨이 단연 원톱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브렉시트 대명사…우스꽝 캐릭터로 인기몰이
막말에 여성편력까지 트럼프 닮은 수재
#더벅머리 괴짜#문란한 사생활까지#‘영국의 트럼프’
막말 제조기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아있어 주길 바란다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에 케냐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비꼬는가 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염소의 성적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의 시를 지어 보수정치잡지 스펙테이터 주최 ‘에르도안 공격하기 시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지요. 부르카를 입은 무슬림 여성을 ‘우체통’ ‘은행강도’로 묘사해 입방아에 오른 바 있습니다. 외무장관인데 실언으로 자주 구설에 휘말리자 더타임스는 “외교적 결례를 빚어 동맹관계를 손상하고 위태롭게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여성편력도 트럼프 저리가라인데요. 지난해 25년간 살던 마리나 휠러와 두 번째로 이혼하기까지 작가, 기자, 미술 평론가 등 다양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려 ‘봉킹(bonk는 속어로 ‘성행위’ 뜻) 보리스’란 닉네임까지 붙었습니다. 지난해 그의 혼외 성생활을 폭로한 문건이 언론에 공개돼 영국 정계가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지요. 최근 보좌관 출신 캐리 사이먼드와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하고 있단 소식도 들려옵니다.
#브렉시트 구원투수#보수당 희망
존슨은 외무장관이 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7월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반발해 사임한 뒤로 하원 내 반(反) 메이 세력의 중심에서 활동해왔습니다. 최근엔 본인이 당선될 경우 노딜(no deal)을 감수하더라도 10월 말 반드시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요. 하루라도 빨리 EU를 벗어나고파 하는 골수 보수당원의 막강한 지지를 얻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보수층의 여론이 EU 잔류에 워낙 부정적인 터라 이런 존슨을 앞세우는 것이 전략적이라고 보수당은 판단하고 있는 듯 보이지요.
#겉모습과 달리#정통 엘리트#인종 도가니
존슨이 계산된 정치인이라는 비판엔 그의 특출한 학력이 일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존슨은 영국 정통 엘리트 코스인 명문 사립학교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수재입니다. 심지어 옥스퍼드 재학 당시 제일 잘 나가는 학생들이 가입한다는 토론 클럽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을 맡았다고 하지요.
미국서 유학한 아버지 덕에 뉴욕 부촌에서 3남 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스탠리 존슨은 EU 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며 어머니 샬롯 포셋은 화가이자 러시아계 유대인 손녀였지요. 그의 친할아버지는 터키인 피를 지닌 언론인이었습니다. 존슨의 풀네임이 ‘알렉산더 보리스 드 페펠 존슨’으로 길고 복잡한 것도 이런 배경 탓입니다. 그는 자신을 ‘인종 도가니’라고 부릅니다.
지난해 동생 레이첼 존슨이 선데이타임스에 어머니 포셋이 우울증을 겪었고 강박 장애로 오랜 시간 입원했단 사실을 폭로하며 가려졌던 유년기 아픔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세계의 왕’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던 존슨은 2001년 드디어 정계에 입문합니다. 하원의원 선거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옥스퍼드주 헨리온템스서 승리를 거둔 겁니다. 2008년 런던시장에 출마했고 연임까지 성공했지요. 시장 시절엔 ‘보리스 자전거’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자전거 인프라 확충에 힘쓰면서 런더너들을 사로잡았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축하 행사 땐 직접 와이어를 타고 허공을 날아다니는 퍼포먼스를 벌였지요. 대롱대롱 매달려 천연덕스럽게 영국 국기를 흔들던 그를 기억하는 분도 많을 겁니다. 시장직 도중 런던 서부 억스브리지와 사우스뤼슬립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돼 3년간 활동한 바 있습니다.
존슨의 승리를 확신하긴 아직 이릅니다. 그의 가능성을 유력이 본 카벤디쉬도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서 (지지율은) 매우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며 “그가 코빈을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총리가 될 자격이 가장 낮은 후보라는 게 역설적”이라고 주장하지요.
존슨이 총리가 된다 하더라도 보수당의 분열을 봉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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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 최근 보리스 존슨을 훌륭한 차기 총리감으로 밀어준 대통령은
정답 : 1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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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