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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체코 극우 리더 오카무라는 다민족 혼혈…차별이 싫었다는 '차별주의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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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체코 극우정당 '자유와 직접민주주의(SPD)' 대표인 토미오 오카무라. [사진 페이스북 캡처]

체코 극우정당 '자유와 직접민주주의(SPD)' 대표인 토미오 오카무라. [사진 페이스북 캡처]

“우리는 유럽이 유럽 시민의 것이기에 싸우는 것이다. 유럽의회로 진출해 최대 애국 세력 중 하나가 되겠다.”

지난달 25일 체코 수도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열린 군중집회에서 체코 극우정당 ‘자유와 직접민주주의(SPD)’를 이끄는 토미오 오카무라(일본명 오카무라 도미오·岡村富夫·46)가 수천 명의 지지자 앞에서 20여분간 소리 높여 연설했다.

이날 집회에는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헤이르트 빌더러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당수와 같은 유럽의 거물급 극우 정치인들이 출동했다. 오는 23일부터 나흘간 유럽연합(EU) 각국에서 실시하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극우파들이 연대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25일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유럽 극우정당 리더들이 유럽의회 선거(5월 23~26일 실시)를 겨냥한 연대 집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체코의 토미오 오카무라 자유와 직접민주주의(SPD) 대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헤이르트 빌더러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당수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유럽 극우정당 리더들이 유럽의회 선거(5월 23~26일 실시)를 겨냥한 연대 집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체코의 토미오 오카무라 자유와 직접민주주의(SPD) 대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헤이르트 빌더러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당수다. [EPA=연합뉴스]

‘반(反)이민’, ‘반EU’를 공통의 기치로 내건 이들은 유럽의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장본인들이다. 동양인의 얼굴과 이름을 가진 오카무라는 어떻게 해서 유럽 극우의 아이콘이 된 것일까.

#일본-한국-체코 혈통 뒤섞인 ‘쿼터’

사실 오카무라는 다민족 융합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일본인 할아버지와 한국인 할머니(재일동포) 사이에서 태어난 아버지와 체코인 어머니를 뒀다.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하프(half·절반만 일본인이란 뜻)’의 자녀 세대인 ‘쿼터(quarter)’에 해당한다. 4분의 1은 한국계라는 의미다.

토미오 오카무라는 체코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방송 출연 당시 그는 일본계임을 내세우기 위해 일본도를 든 사무라이 복장을 하기도 했다. [사진 IMDb 캡처]

토미오 오카무라는 체코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방송 출연 당시 그는 일본계임을 내세우기 위해 일본도를 든 사무라이 복장을 하기도 했다. [사진 IMDb 캡처]

1972년 도쿄 이타바시(板橋)구 다카시마다이라(高島平)에서 3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잠시 일본에서 살았다. 일본 온라인 매체 뉴스피어에 따르면 5살 무렵 당시 공산국가였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시골 마을로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동보육시설에 맡겨졌다.

보육시설에서 극심한 차별을 경험한 오카무라는 말더듬이 증상을 앓았다고 한다. 14살 때까지 야뇨증도 겪었다. 그는 최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인이란 이유로 이지메(따돌림)를 당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정체성 혼란을 겪던 그는 18살 때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고향 일본에서도 편견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혼혈에 대한 일본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 의식을 몸소 겪은 것이다. 그는 아사히에 “일본에서도 외국인이라 차별받았다”고 고백했다.

오카무라는 일본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유명 여성가극단 다카라즈카(宝塚)의 도쿄 공연장 매점에서 팝콘을 팔며 생활했다. 이때 결혼도 했지만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토미오 오카무라(오른쪽)와 그의 연인인 모니카 탈라소바. 오카무라는 일본에서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 자녀를 뒀지만 3년만에 이혼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토미오 오카무라(오른쪽)와 그의 연인인 모니카 탈라소바. 오카무라는 일본에서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 자녀를 뒀지만 3년만에 이혼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더는 일본에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체코로 다시 돌아가 일본인을 상대로 관광사업에 나섰다. 그는 주로 고성(古城)과 온천을 테마로 한 여행상품을 개발했는데, 때마침 동구권 관광 붐이 일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그는 현지 여행업계의 대변인을 맡았고, 이를 발판으로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해 대중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책을 몇 권 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정치 입문하자마자 곧바로 대선 도전

오카무라는 2012년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해 10월 체코 남동부 즐린시의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다.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오카무라는 대선으로 곧장 직행한다. 체코는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 형태의 독특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

토미오 오카무라의 얼굴이 들어간 체코 극우정당 SPD의 선거 포스터. [로이터=연합뉴스]

토미오 오카무라의 얼굴이 들어간 체코 극우정당 SPD의 선거 포스터.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2013년 실시된 체코 대선에 ‘부패 일소’를 명분으로 내걸고 출마를 선언한다. 체코 선관위에 따르면 대선 입후보 자격을 갖추려면 최소 5만명의 추천인 서명이 필요하다. 오카무라는 빠른 시간 내 지지자를 규합해 최종 6만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그러나 ‘가짜 명부’ 소동이 일면서 제동이 걸렸다. 체코 내무부가 서명자들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명부에 오른 사람 중 2만6000여 명의 이름과 실주소가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카무라는 체코 헌법재판소에 선거 수속이 부당하다며 위헌 소송을 냈지만 각하됐다. 결국 대선 출마는 무산됐다.

같은 해 7월 오카무라는 본격적인 정치 세력화에 돌입한다. SPD의 전신인 ‘직접민주주의의 새벽’을 창당하고 대표에 취임한다. 신생 극우정당의 인기는 대단했다. 3개월 뒤 치러진 체코의회 하원선거에서 6.9%의 득표율로 단숨에 의회 내 제4당(14석)에 오른다.

2015년 6월 당명을 현 SPD로 바꾸고 지지율은 더욱 높아졌다. 3년 만에 치러진 2017년 하원선거에선 10.7%의 득표율로 총 200석의 의석 중 22석을 차지했다. SPD는 제3당으로 도약했고, 오카무라는 하원부의장을 맡게 됐다.

SPD는 이달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선전을 확신한다. 오카무라는 유럽 극우정당들과 EU의 심장부로 들어가 EU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EU를 해체하는 데 힘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오카무라는 아사히에 “EU는 권한을 지나치게 많이 갖고 있다”며 “(현재처럼) EU가 하향식으로 결정하면 안 되고, 각 회원국의 의견을 존중하는 상향식으로 바꿔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적인 이슬람 혐오…첵시트 리더    

체코 극우파들은 다민족 혼혈 이민자 출신인 오카무라가 “진짜 체코인보다 더 체코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가 주창하는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정치 슬로건에 열광한다.

지난 2월 24일 체코 프라하성 주변에 전시된 권위주의 비판 포스터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포스터 왼쪽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오른쪽의 뒤집힌 인물은 체코 극우정당 SPD의 토미오 오카무라 대표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체코 프라하성 주변에 전시된 권위주의 비판 포스터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포스터 왼쪽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오른쪽의 뒤집힌 인물은 체코 극우정당 SPD의 토미오 오카무라 대표다. [AP=연합뉴스]

체코도 영국처럼 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국민 투표로 결정하고 이민자들의 유입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그를 ‘첵시트(Czexit) 리더’로 부르는 이유다. 그는 엘리트 정치를 극도로 혐오한다는 점에서 ‘체코판 트럼프’로도 불린다.

오카무라의 칼끝은 무슬림을 향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과거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동물인) 돼지 새끼를 길러 모스크(이슬람 사원) 주변으로 당당히 걸어가자”는 선동을 일삼았다.

지난달 25일 SPD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한 극우 지지자가 "유럽은 예수가 소유한다"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5일 SPD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한 극우 지지자가 "유럽은 예수가 소유한다"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또 그는 이슬람 문화가 “체코의 전통과 규칙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무슬림 이민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이슬람 문화에 관대한 기성 정당의 태도를 두고는 “천진난만한 다문화주의”라고 맹비난했다.

아사히와 인터뷰에선 “무슬림은 남성 우위 경향이 강하다”며 “자신들의 나라에서 그러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선 룰을 따라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슬람을 부정하진 않는다”며 “남녀 간, 종교 간 차별을 금지하는 체코의 룰을 지켜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유럽 극우 아이콘 토미오 오카무라

체코에서 극우 바람을 일으키는 그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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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 다민족 혼혈인 오카무라의 정체성과 관련 없는 나라는?

정답 : 3번 중국( 오카무라의 할아버지는 일본인, 할머니는 일본인입니다. 어머니는 체코인이고요. )

Q2 : 오카무라가 경험하지 않은 직업은?

정답 : 4번 요리사( 오카무라는 일본에서 환경미화원과 매점 점원으로 일했습니다. 체코에선 관광사업가, TV 출연 예능인, 작가로 유명합니다. )

Q3 : 오카무라가 이끄는 극우정당 '자유와 직접민주주의(SPD)'의 하원 의석 수는?

정답 : 3번 22석( 2017년 하원 선거에서 SPD는 총 200석 가운데 22석을 차지합니다. )

Q4 : 오카무라의 과거 이슬람 혐오 발언에 등장하는 동물은?

정답 : 4번 돼지( 오카무라는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를 키워 모스크 주변으로 가자고 선동했습니다. )

문제 중 문제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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