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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7년 구애로 얻은 아내 25년 감쌌다, 새 일왕은 로맨티시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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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를 방문한 일본의 나루히토 왕세자.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프랑스를 방문한 일본의 나루히토 왕세자. [AP=연합뉴스]

5월 1일부터 일본인들의 2019년은 ‘헤이세이(平成) 31년’에서 ‘레이와(令和) 원년’으로 바뀌게 됩니다. 1989년부터 재임해 온 아키히토(明仁·86) 일왕이 생전 퇴위하고 아들인 나루히토(德仁·59)왕세자가 새 일왕(일본에선 천황)으로 즉위하는데 따른 변화죠. 한자를 사용한 아시아 군주국가에서 주로 쓰이던 연호(年號)는 ‘왕이 시간을 지배한다’는 관념에서 비롯됐다고 하죠. 근대가 되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라진 연호를 유일하게 이어가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친부모 손에 자란 첫 번째 왕세자 #수준급 비올리스트 … 정명훈 협연 #‘아베 견제자’ 역할 이을지 주목

1946년에 제정된 일본의 이른바 ‘평화헌법’에 의해 일왕은 정치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 통합을 이끄는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현 아키히토 일왕은 재해 등 일본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새로 왕위에 오르는 나루히토 왕세자는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美智子) 왕후의 큰 아들로, 30년 간 왕세자로 지내며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레이와 시대’를 상징하게 될 나루히토 왕세자는 어떤 인물일까요. 일본인들 사이에선 ‘말이 없고 온화한 이미지’로 각인된 그가 일본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엄마 손에 자란 왕자 #비올라 켜는 역사학자

1960년생인 나루히토 왕세자는 일본에서 ‘전후(戰後)’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할아버지·아버지와 달리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죠.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 왕세자로는 처음으로 왕족이 아닌 일반인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역대 왕족들이 어릴 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궁내청 신하들의 손에 길러진 것과 달리, 나루히토 왕세자는 서른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죠. 일왕 부부와 왕세자, 동생 후미히토(文仁) 왕자, 사야코(清子) 공주로 이뤄진 5인 가족은 전후 일본 가정의 전형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근현대 일왕 연호 및 재위 기간

근현대 일왕 연호 및 재위 기간

나루히토 왕세자는 왕족들이 주로 다니는 가쿠슈인(学習院)대에서 역사학(교통사·물류사)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2년 간 유학 생활도 했습니다. 주로 공학이나 식물학 등을 전공해 온 왕실 남성들과는 다른 선택으로 화제를 모았죠. 그는 자신이 도로와 교통 문제에 관심을 가진 데 대해『템즈와 함께』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밖에 나가고 싶어도 맘대로 나갈 수 없었던 어린 시절, 나에게 길이란 전혀 모르는 세계와 나를 이어주는 중요한 의미였다.”

등산과 조깅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비올라 연주는 수준급이라고 합니다. 2004년 7월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일 우호 특별기념 콘서트’에서 한국 피아니스트 정명훈씨와 협연하기도 했습니다.

#로맨티시스트? #“온 힘을 다해 지킬 것”

차분하고 튀지 않는 성격으로 알려진 나루히토 왕세자가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것은 결혼 과정에서였습니다. 1993년 왕세자와 결혼한 마사코(雅子) 왕세자비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 생활을 오래 했고,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외무고시에 합격한 엘리트였죠. 두 사람은 1986년 스페인 공주 환영식에서 처음 만났는데 왕세자는 첫 만남부터 그녀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지난 2월 궁내청이 공개한 나루히토 왕세자와 마사코 왕세자비 부부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월 궁내청이 공개한 나루히토 왕세자와 마사코 왕세자비 부부의 모습. [AP=연합뉴스]

이후 “외교관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며 결혼을 거절하는 마사코 왕세자비에게 7년 간 지속적으로 구애해 결혼 승낙을 받아낸 일화는 유명하죠. “평생 온 힘을 다해 당신을 지키겠다”는 왕세자의 청혼 멘트가 한동안 일본 연인들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일본 보수파들은 마사코가 왕세자보다 키가 크다는 것, 결혼 발표 자리에서 왕세자보다 19초 더 길게 말했다는 사실까지 트집 잡으며 ‘잘난 왕세자비’를 못마땅해 했죠. 마사코 왕세자비가 여러 번의 유산 끝에 2001년 딸 아이코(愛子)를 낳자 상황은 심각해졌습니다. 왕실은 왕세자비의 대외 활동을 막으며 후계를 이을 아들을 출산하라는 압박을 가했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왕세자비의 건강은 악화됐고, 2004년 궁내청은 마사코가 ‘적응장애’를 앓고 있다고 발표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루히토 왕세자는 아내를 감싸는 발언으로 왕실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2004년 홀로 유럽 순방에 나서며 연 기자회견에서 “왕세자비의 경력과 인격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왕실 내 갈등을 폭로한 겁니다. 이 일로 나루히토 왕세자는 왕실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미움을 샀죠. 2006년 동생 후미히토 왕자가 아들을 낳은 후엔 “아들이 있는 후미히토로 왕세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게 됩니다.

#평화주의자 아버지 #아베 견제 역할 이어가나

지난 1월 2일 아키히토 일왕(오른쪽)과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본 도쿄 왕궁 앞에 모인 군중을 향해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2일 아키히토 일왕(오른쪽)과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본 도쿄 왕궁 앞에 모인 군중을 향해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 아키히토 일왕은 ‘침략전쟁 책임자’였던 아버지 히로히토(裕仁)의 굴레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전쟁 반대’ ‘평화헌법 수호’를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 왔습니다. 지난해 전쟁 피해자 추도식에서도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죠. 재임 기간 동안 전범들이 묻힌 야스쿠니(靖國)신사도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왕의 국사(國事) 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정치적 영향력은 없지만, 집권 자민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우경화에 맞서는 견제자의 역할을 일정 부분 해 온 겁니다.

아키히토 일왕은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2001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죠. 1990년에는 한일 과거사에 대해 ‘통석(痛惜)의 염(念)’이라는 표현을 했고, 1998년 일본을 찾은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아버지와는 달리 역사관이나 정치색을 드러내는 발언을 거의 한 적이 없습니다. 2015년 평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전쟁의 기억이 옅어지려 하는 요즘, 겸허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함께 전쟁 체험 세대로부터 이를 알지 못하는 세대에게 비참한 체험이나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정도입니다. 하지만 2017년 생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그랬듯 항상 사람들의 생각과 가까워지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하는 등 아버지의 뜻과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2월 아키히토 일왕 재위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만세를 외치는 아베 신조 총리(뒷모습). [AP=연합뉴스]

2월 아키히토 일왕 재위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만세를 외치는 아베 신조 총리(뒷모습). [AP=연합뉴스]

일본은 지금 새 왕의 즉위를 앞두고 경축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5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일왕의 첫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고, 10월에는 세계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일왕 취임 축하 행사가 예정돼 있죠. 6월 말에는 오사카(大阪)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열립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마련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새 일왕의 즉위가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일왕 즉위를 전후에 세계 정상들이 만나는 여러 행사가 이어지고, 이를 통해 한일 간의 경색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5월 즉위하는 새 일왕 나루히토

'레이와' 시대를 이끌 그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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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 5월 새 일왕에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세자의 대학시절 전공은?

정답 : 1번 역사학 ( 그는 일본 가쿠슈인대에서 교통사, 물류사를 전공했습니다 )

Q2 : 93년 나루히토 왕세자와 결혼한 마사코 왕세자비의 결혼 전 직업은?

정답 : 2번 외교관( 마사코 왕세자비는 미국 하버드대를 나온 직업 외교관이었습니다 )

Q3 : 현 아키히토 일왕이 자신의 먼 조상 중 한 명이라고 밝힌 왕은?

정답 : 3번 백제 무령왕 (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Q4 : 다음달 나루히토 일왕 즉위 후 첫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은?

정답 : 4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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