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쓰레기 몸살
속공 등반으로 이름을 날렸던 ‘스위스 머신’ 율리 스텍(1976~2017)도 히말라야의 쓰레기에 진저리를 쳤다.
원정대·트레커 산악 오염 실태
바위 뒤는 여지없이 배설 ‘지뢰밭’
숙소인 로지 생활하수도 골칫거리
1인당 460만원 등반 보증금 받지만
네팔 쓰레기 회수정책 효과 갸우뚱
블랙야크 등은 트레킹 코스 청소
“히말라야 보호는 산악인의 도리”
네팔 정부는 2015년부터 강력한 쓰레기 회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등을 등정하는 모든 산악인들은 1인당 4000달러(약 46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쓰레기를 모두 되가져와야 보증금을 되돌려 받도록 했다. 특히 산소통과 알칼리 건전지는 반드시 수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론자들은 “등정에 들어가는 경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인 4000달러 때문에 목숨 걸고 무거운 산소통을 짊어지고 내려올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히말라야 일대를 관리하는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측이 일일이 원정대 장비를 점검하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정책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 에베레스트는 인기 지역이라 다른 히말라야 지역에 비해 관리가 되는 편이다.
히말라야 고산 원정대에게는 이런 제약이라도 있지만 트레커들은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입장료에 포함되는 환경부담금 외엔 별도의 제약이 없다. 게다가 트레커들이 늘어나면서 로지(lodge·오두막 형태의 숙소)가 우후죽순 생겨 쓰레기뿐 아니라 생활하수 처리도 어렵다.
네팔의 비정부기구인 ‘사가르마타 오염 통제 위원회(SPCC)’는 트레킹 코스에 70여개의 쓰레기통을 만들었다. 로지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쓰레기 증가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로지에서는 구덩이 수백 곳을 만들어 플라스틱·알루미늄캔·종이 등을 태우고 있다. 분뇨도 그대로 흘려보낸다.
미국의 ‘마운트 에베레스트 바이오가스 프로젝트’는 미생물을 이용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매년 발생되는 1만2000㎏의 배설물을 처리한다. ‘사가르마타 넥스트’는 에베레스트의 쓰레기를 수거해 예술작품으로 만든 뒤 남체에서 전시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도 히말라야의 폐기물 관리에 나서고 있다. 환경공단은 지난 1월 세계은행으로부터 수주한 ‘히말라야 산악지역 폐기물 관리정책 개발용역사업’을 벌이고 있다.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